캐나다 워홀 도전기_33화
블루 마운틴 정상에서 저 멀리 보았던 호수와 작은 마을로 향했다. 그 작은 마을의 이름은 Collingwood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규모의 마을이었다. 반짝이던 호수를 더욱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내비게이션을 호수 근처에 있는 Millennium Overlook Park로 잡았다. 몇 분을 달려 어느 정도 가까이에 왔을 때 양 옆으로 호수가 펼쳐지는 도로가 나타났다. 차의 모든 창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오는 물냄새가 가득한 바람을 힘껏 들이마셨다. 적당한 속도와 양 옆으로 펼쳐져 있는 파란 호수와 하늘, 순간적으로 이 길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도착한 공원에는 몇 대의 차와 몇몇 노인 분들을 제외하고는 조용했다. 모퉁이에 차를 주차했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호수를 따라 걸으며 '아, 이곳을 한창 더운 한 여름에 알았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했다. 핼러윈 시즌이 다가오는 지금, 아직은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이제는 꽤 선선해진 것 같았다.
노인분들은 이 동네에 사시는 분들 인 것 같았는데, 부부로 보이는 분들 또는 혼자 오신 분들 모두 뜨거운 햇빛 아래 앉아 책을 꺼내 읽거나 또는 저 멀리 풍경을 보고 계셨다.
나도 그 틈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바다같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평온함을 느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깔깔 웃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대여섯 명 정도의 모녀처럼 보이는 가족들이 피크닉 준비를 해서 온 모양이었다. 그들은 간이 의자와 돗자리, 그리고 커다란 수건 등을 챙겨 왔다. 순간 '한 여름에도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나라인데 설마 지금 어떻게 물에 들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그들은 툭툭 옷을 벗어던지던지 그대로 물속으로 한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와우! 안 추운가! 캐나다 사람은 역시 다른가?
아니 그들도 나랑 똑같은 인간이었다. 일분도 되지 않아 덜덜 떨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서로 재밌는지 눈을 마주치며 하하 호호 웃는 모습들이 참 사랑스러웠다. 펼쳐놓은 돗자리 위에 다들 널브러져 뜨거운 햇빛에 차가운 몸을 말리며 수다 떠는 모습을 보니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이 떠올랐다. 한참을 그들을 구경하다가 차로 돌아왔다.
차를 몰고 작은 마을의 중심가로 향했다. 마을이 너무 작아 차가 필요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주차를 해야 하는데, 캐나다에서 주차장이 아닌 곳에 주차를 해본 경험이 없는 나는 살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갓길에 주차해도 괜찮은지, 벌금을 물지는 않을지 등의 걱정을 하고 있을 때쯤, 주변에 많은 차들이 주차해 놓은 곳을 발견했다. 괜찮을 것 같아 냉큼 주차를 했다. 그리고는 길을 따라 쭉 늘어져있는 상점들을 구경하며 걷기 시작했다. 한 가게가 내 눈길을 끌었다. 가게 밖에는 정말 다양한 디자인과 색을 가진 멜빵바지들이 줄지어있었고 그 밑으로는 직접 기른 야채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자기 멋대로 자라난 모양의 토마토들을 보며 내 눈은 자연스럽게 가게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가게 안에는 더욱 많은 야채와 과일, 그리고 계란이 있었다. 가만히 보니 계란도 직접 아침에 닭장에서 꺼내온 듯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빈티지 옷들과 액세서리들이 깔려있었다. 재밌는 건 가게를 지키는 주인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작은 규모의 마을의 매력이란 이런 걸까?
그렇게 한참을 걸어 다니다 보니 점점 에너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했다. 벌써 오후 3시가 넘었다. 아침 일찍부터 나와 멈추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가도 저녁시간이었다. 커피 한잔을 구매해 차에 올라타 지도를 찍었다. 그러다 가는 길에 Barrie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Barrie. 새로 사귄 이탈리안 친구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작은 동네라고 한참을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한여름에 그가 나에게 Barrie로 수영을 하러 가자고 했을 때, 내 쉬는 날과 그의 쉬는 날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다.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점이 그를 사로잡았을까.
나는 그렇게 Barrie로 향했다.
Barrie는 Collingwood보다 더 큰 도시였다. 내비게이션은 그 동네에 있는 공원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 공원에 있는 호수에는 주차된 요트가 여기저기 엄청 많았다. Barrie는 Collingwood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여전히 차분하고 평온한 매력을 풍기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젊은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관광지 같은 느낌이 있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느낌의 길 위에 여기저기 그림이 그려져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가게들이 간간이 섞여있는 빈티지함의 매력이 반반 섞여있는 그 공간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공원 근처를 걷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옮겼다. 길에 배치되어 있는 피아노를 한 아저씨가 앉아서 연주하며 순간을 즐기고 계셨다. 나도 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살고 있는 미시소거도 토론토는 아니지만, 큰 도시가 아닌, 어떻게 보면 손바닥 같은 작은 마을을 선택해 워홀을 왔어도 참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걸으면 공원이 있고, 조금만 걸으면 호수가 나오고, 조금만 걸으면 마을을 다 알 수 있는 그런 동네.
그렇게 Barrie의 하늘을 한참 보면서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뒤편으로 노을이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빽빽한 나무숲과 농장을 지나며, 오늘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스스로 움직였던 하루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를 챙기는 일, 내가 원하는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