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홀 도전기_44화
인스타그램으로 한 사람이 나를 팔로우하면서 계속 디엠 요청을 보내왔다.
처음에는 그저 또 이상한 사람이겠거니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디엠 요청을 삭제하고는 했다.
그러다 문득, 이 상황이 반복되어 간다는 것을 느꼈을 때,
프로필에 들어가 보니 내 친구의 친구였다.
그의 이름은 Mark였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는 얼굴은 없었다.
하지만 혹시 인사했던 사람인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걸까 싶어 가볍게 답장을 보냈다.
그는 반갑다며 바로 인사를 보내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 안녕! 늦게 답장해서 미안해.
사실 네가 기억이 안 나서 답장을 할 수가 없었어.
근데 프로필 보니까 내 친구랑 친구던데, 혹시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었니?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혹시 그렇다면 정말 미안해.
한참 뒤 그에게 긴 답장이 왔다.
- 안녕, 반가워!
나는 너의 친구랑 만난 적이 있지만, 너랑은 만난 적이 없어.
그래서 네가 날 모르는 게 맞아. 인스타 구경하다가 친해지고 싶어서 디엠을 보냈어.
나는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서 한국인 친구들이 많아.
함께 놀지 않을래?
그 답장을 받자마자 나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는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언어 교환하는 곳에서 몇 번 만났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나는 별생각 없이, 답장하지 않은 채로 한동안을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 로드트립 안 갈래?
마침, 차도 없고 매일이 같은 일상이었던 나는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그는 차를 몰고 나를 데리러 왔고, 우리는 Niagara Falls로 향했다.
처음 만난 그는 키가 크지 않고, 수더분한 인상의 필리핀 사람이었다.
차 안에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난 언젠가 한국에 가서 살고 싶어. 그래서 한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있어.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서 종종 친구들의 친구를 팔로우하고 이렇게 친해지고는 해."
"그래서 네가 나한테 팔로우를 걸고 계속 디엠을 보냈던 거구나."
나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Niagara까지는 우리 집에서 차로 넉넉히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고,
그가 우리 집까지 1시간을 운전해 왔기에,
우리는 운전을 번갈아 가며 했다.
그는 중간중간 사용할 수 있는 한국어를 사용해 보려고 노력했고,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다 보면 뇌가 멈춰 0개 국어가 되고는 했기에,
나는 그의 한국어 발음을 고쳐주면서도 꿋꿋이 영어를 사용했다.
사실 Niagara는 내가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이미 이모네랑 한 번 다녀온 곳이었다.
볼 것도 많고 유명한 곳이지만, 두 번째라 그런지 이번엔 큰 기대가 없었다.
'심심하니까 또 가보는 거지.' 하는 그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생각이 달라졌다.
잘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걸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크루즈 타는 곳이 보이자마자 말했다.
"나 크루즈 타고 올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티켓을 끊고 빨간색 우비를 입었다. 주변 사람들처럼 모자를 꽁꽁 묶었다.
건너편을 보니 미국땅에서 탑승하는 사람들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있었다.
우웅 하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출발한 크루즈는 생각보다 많이 흔들리고, 빨랐다.
그때 옆에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어머 어머, 출발한다!"
사투리를 사용하는 모녀가 서로 환하게 웃으며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엄마 있는데.' 괜히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부러웠다.
어느새 거대한 폭포에 가까이 가고 있었다.
폭포는 위에서 보는 것보다 거대하고 압도적이었다.
강하게 쏟아지는 물보라가 온몸을 때렸고,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왜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모자를 꽁꽁 싸매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는 가지고 있던 선글라스를 힘겹게 다시 착용했다.
소리 지르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난간을 잡고는 압도적인 물보라에 밀리지 않으려 온몸에 힘을 주었다. 정말 즐거웠다.
'아, 이래서 타는구나. 자연이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혼자라 쉽지 않았다.
그때 옆을 보니 그 모녀도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나는 먼저 말을 걸었다.
"제가 사진 찍어 드릴게요."
모녀는 내가 한국말을 하자 놀라며 핸드폰을 건넸다.
그리고는 역시나 사진 잘 찍는 한국인답게(?) 내 사진도 예쁘게 남겨주셨다.
나는 그렇게 다시 그를 만나러 움직였다.
저 멀리서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것 마냥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우리는 주변을 걸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을 걷다보다 안쪽 끝까지 온 우리는 리프트 하나를 발견했다.
나도 처음 왔을 때 발견하지 못했고, 그도 이곳을 여러 번 왔지만 처음 본 것이라고 했다.
그때, 한 가족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이제 집에 갈 건데, 너네 이거 티켓 써."
그 가족이 우리에게 쥐어 준 티켓은 하루 종일 무한으로 리프트를 탈 수 있는 왕복 티켓이었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네가 행운의 네잎클로버네."
그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자, 위쪽에 카지노가 있는 호텔이 나타났다.
나는 한 번도 카지노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잠시 고민했으나,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머쓱하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그 옆을 지나갔다.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가 우리 집 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그가 "노을이 지고 있으니 노을을 보고 가자."라고 운을 띄웠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Burlington의 Brant Street Pier이었다.
주차를 하고, 차 밖으로 나가자 하늘은 주황과 분홍, 보라색이 천천히 섞이며 변하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캐나다에서 본 노을 중 가장 예쁜 노을을 만났다.
별다른 말 없이 한동안 서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조차 깜빡이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내려오는 노을을 따라 호수도 천천히 물이 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니 잔잔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내 얼굴에 함께 번져 올라왔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다. 하루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노을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 나는 돌아서서 그에게 말했다.
"덕분에 좋은 노을 봤어. 고마워."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