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홀 도전기_43화
버스 타고 출근할 때, 항상 만나는 친구가 있었다. Vihaan이라는 인도친구는 스포츠를 좋아했고,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보여주고는 했다.
그러던 하루는, 그가 나에게 인도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고개를 젓는 나를 보며 그가 물었다.
"친구랑 영화 보러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보기와 다르게 낯을 가리다 보니 갑작스러운 초대에 당황했지만,
또 언제 이런 경험해보겠나 싶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Vihaan은 나에게 영화의 이름과 장소, 시간을 말해주었다.
우리가 보게 될 영화 이름은 <They Call Him OG>였다. 여기 나오는 주연배우가 그의 롤모델 같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Pawan Kalyan. 알고 보니 정말 유명한 사람이었다.
영화 쟈체에 대한 기대는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했던 건 Vihaan이 말했던 인도 영화의 문화였다.
그가 말하길, 인도에서는 영화를 볼 때, 환호와 박수, 그리고 소리 지르는 건 기본이고,
폭죽을 가져가기도 하고, 종이를 잘게 찢어져 가방에 넣어가기도 한다고 한다.
영화관이 아니라 마치 축제에 가는 느낌이라는 말에 그들의 문화가 더 궁금해졌다
그렇게 영화 보는 날이 다가왔다.
나는 조금 미리 도착해서 망고주스를 사 먹으며 친구들을 기다렸다.
우리는 만나서 영화 보는 곳으로 향했다. 우리는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영화관 안에서 인도인이 아닌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영화는 텔루구(Telugu)인 인도 남부 주요 언어 중 하나인 언어로 진행되었고, 영어 자막이 나왔다. 인도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져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발리우드는 힌디어 영화고,
이 날 내가 본 이 영화는 톨리우드(Tollywood), 텔루구어로 진행되는 영화였다.
톨리우드 영화는 주로 히어로물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볼 영화 OG의 포스터는 꽤나 히어로물 같았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영상에 첫 번째로 놀랐다.
여태 내가 봐왔던 영화들과는 전혀 다른 시점이었다.
현실을 재현하려는 카메라가 아니라, 누군가 만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듯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또, 슬로모션은 느린 장면이 아니라 멈춘 컷 같았고,
액션은 싸움이라기보다 주인공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한 연출된 장면에 가까웠다.
그래서 영화를 본다기보다 히어로물 만화책을 실사로 ‘목격’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초반 내내 나는 토끼눈을 하고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총 2시간 40분 내내
'이 캐릭터 얼마나 센지 알려주마!' 식의 반복되는 슬로모션과 비슷한 톤의 액션이 반복되자
중반부터는 졸음이 와서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놀란 건,
OG가 등장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음악과 사람들의 환호였다.
주인공이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렀다.
그 반응이 너무 커서
나는 깜짝 놀라며 졸다가도 몇 번이나 화들짝 몸을 움찔했다.
환호는 배경음이 아니라 영화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옆에 있던 친구는 내가 함께 소리를 지를 수 있도록 타이밍을 알려주며,
"지금이야!!" 하고 부추겼지만,
영화 보는 중간에 소리를 지르는 게 나는 너무 어색해서, 끝내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렇게 길고도 혼란스러웠던
거의 세 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보고 나오자 정신이 조금 멍해졌다.
다시 볼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은 꼭 겪어볼 만한, 생각보다 재밌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