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말고 뚝심

by 쪼비

의심 말고 뚝심

러닝을 하면서 알았다. 욕심내면 다친다는 사실을.

7월부터 새로 배우기 시작한 수영을 하면서 또 알았다. 레슨 끝나고 바로 집에 가지 말고 10분이라도 그날 배운 영법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보다 보면 어느 날 불쑥 안되던 동작이 되고 어느 날 갑자기 힘을 빼도 잘 나아가진다는 것을.


레슨 끝나고 또 나 혼자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한다. 물속에서 허우적 대며 안 되는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수영이 나랑 안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러닝이 나에게 자존감을 레벨업 시켜줬다면 수영은 그렇게 굳건히 쌓아뒀던 나의 자존감을 툭 하고 건드려서 무너뜨렸다. 매일 그랬다. 레슨이 없는 날에는 자유수영을 가서 한두 시간 또 허우적대다가 너덜너덜해진 내 자존감을 끌어안고 시무룩해서 집으로 갔다.


주 3회 강습이 있는 날에도, 강습이 없는 화목토일에도 나는 물속에 나를 집어넣고 저항 없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분명 어제까지도 안되던 글라이딩이 너무 잘돼서 나도 깜짝 놀랄 속도로 슈웅 하고 나가지는 거다. (진짜다. 너무 빨라서 깜짝 놀랐다니까)


징글징글하게도 안되던 동작이 되는 순간을 한번 맛보고 나니 또 하고 싶고 계속하고 싶어졌다.


꾸역 꾸역했던 매일의 반복이 나를 성장하게 해 준 느낌이랄까. 물론 이 성장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미하고 나만 아는 그런 하찮은 성장이지만 말이다.


가기 싫은 날도 많았다. 수영장 물을 하도 먹어서 배가 아팠던 날도 많았고 물이 코로 잘못 들어가서 골이 띵한 날도 많았다. 힘을 도대체 어떻게 빼는지 모르겠어서 매일매일 목이며 어깨며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수영장에 나를 데려놓는 이유는 매일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하게 된다는 걸 사실은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수영장 고인 물 할머니들이 20바퀴를 돌고도 얼굴 하나 안 빨게 지는 걸 보고 경이롭게 쳐다보곤 했는데 그 비결은 꾸준함과 반복 때문이었다. 고인 물 할머니들의 수력은 기본 10년이다. 그 겹겹이 쌓아둔 그녀들의 시간 앞에서 나는 슬그머니 올라왔던 의심을 집어넣고 다시 출발라인에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린다.


지금은 의심 말고 뚝심을 가질 때다.


"천천히! 더 천천히!"

선생님의 말을 계속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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