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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Apr 16. 2020

실패, 괜찮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실패'는 조금 다른 결이었다.

세계적인 백만장자 Brian Tracy는 도전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적이 있다. 도전을 하면 실패를 하거나, 성공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실패하면 실패 원인을 제거하고 다시 도전해서 성공하면 되니 아무것도 손해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런가 하면 몇 달 전 꿈지도 클래스를 갔을 때 바이올렛님은 나에게 '실패를 많이 해보세요' 라고 조언해 주셨다. 실패를 많이 하면 할 수록 나의 여린 마음도, 망설이는 우유부단함도 단단해질 것이라고, 일단 무언가를 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이 두 분의 '실패'에 대한 정의는 머리로는 한참을 이해하였고, 공감하였다. 그래서 이왕하는 실패 라라면 이런 멋드러진 실패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겪은 실패의 결은 약간 삐끗한다. 뭐랄까, 고급스럽고 숭고한 실패가 이런 것이라면, 나의 실패는 굉장히 저급하고, 부끄럽고,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실패였다.

일단 나는 노력하지 않았다. '도전'이란 굳은 결심을 가지고, 나의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나는 굳은 결심도 하지 않았고, 목표를 세우지도 않았고, 심지어 하루 계획도 설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루가 찝찝하게 끝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잠을 이루고만 싶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보는 나의 실패 리스트 -

1. 씽큐온 독서모임 : 책이 노잼. 움직임의 힘. 나는 움직임에 정말 1도 관심이 없다.
2. 카톡 플백 - 2개 미션 : 둘째날 안하기 시작하면서 천천히 안녕.... 이젠 내가 플백을 했단 사실도 까먹음.
3. YES24 새책 대량 구매 : 대량은 언제든 옳지 않다. 한권 by 한권, 잊었니?
4. 운동 : 이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에겐 놀이터가 가장 큰 운동일지도...
5. 집청소 : 이사하고 곰팡이를 치우려 했는데 이제는 포인트벽지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생존형 청소만 하는 중
6. 인터뷰 : 원래 1주일에 한번씩 하던 영어 영상 찍기, 안한지 오래.
7. 중국어 : 그래 이건 실패가 아니라 잠정중단이라고 하자. 동기부여가 사라짐.
8. 연설 : 해야지, 해야지... 그래 해야지만 하다가 끝나는 하루.... 안녕....
9. 글쓰기 : 아무렇지 않게 아침을 열었던 나의 평범한 글을 쓰는게 두려워지는 날이 생김.
10. 스케쥴러 : 점점 텅 비어가는 나의 스케쥴러. 빼곡하던 옛날이여 그립도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하고 후회 반, 안해도 후회 반이라면, 무조건 하고 후회하는게 낫겠지? 하며, 일단 못먹어도 고를 선택하곤 했다. 또 어떨 땐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고 나서지 못했다. 가끔은 너무 신중한 나도 - 가끔은 너무 지르기만 하는 나도 - 벅차다.

새로운 시작과 도전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떤 날은 그저 평균을 유지하고, 기존의 루틴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가 그 어떤 새로운 도전보다 성취감과 행복감을 주곤 한다. 반면 새로운 시작과 도전이 늘 안 좋은 것도 아닐테다. 그만큼 내 하루에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인연, 경험을 가져다주곤 하니 -

나의 패인을 가만 들여다보니, 이런 특징들이 보인다. 3월의 나에겐 새로운 시작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 작년부터 블로그를 한답시고, 천천히 늘려왔던 많은 활동들이 이제는 체력적, 심리적 한계가 왔다는 것, 그런데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양을 줄인다거나 조절을 해야할지 모른다는 것, 늘 양적완화가 진리는 아니였다는 것.

나의 마음의 방에는 성장하고 싶은 욕구와 선천적으로 느리고 느긋했던 성향이 늘 한 공간에 있는다. 그걸 내가 요리조리 잘 주물러서 뿌듯하기도, 여유롭기도 한 하루를 만들고 싶은데, 그런 하루는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내 안에 너무나도 다른 이 친구들이 있기에 나는 조금씩 발전하면서도 따뜻함과 긍정적인 사람임을 잊지 않는 것일까?

실패만 했던 요즘의 나에게 단비를 한번 내려준다면, 지금은 끝이 아니라는 것, 내일은 또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이런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난 충분히 잘 살거라는 것.

그러니 실패해도 - 괜찮다. 그게 성공의 도약이 되고, 밑거름이 되고, 패인을 아는 중요한 도구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실패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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