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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슥슥 Apr 19. 2023

주말보다 평일이 더 나은 이유



학원 생활에 슬슬 적응하고 있는 걸까. 평일에 정해진 수업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납작했던 의욕이 조금씩 부푸는 기분이 든다. 24시간을 풀로 소유할 수 있던 주말에는 무기력에 빠져 넘치는 시간을 허망하게 흘려보내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중에는 자유시간이 얼마 없다고 느껴서인지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 별로 없다. 나 자신을 그렇게 평가한 이유는 스스로 정한 아주 작은 규칙들을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은 (이왕이면 건강한 걸로) 간단하게라도 챙겨 먹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꼭 볕을 쬐며 걷는 것.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 전에 저녁과 뒷정리를 모두 마치는 게 바로 그 ‘할 일’들이다. 적고 보니 간단하다 못해 지나치게 사소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 보잘것없이 가벼운 것들이 은근히 내 하루의 건강을 책임진다. 




아침에 뭐라도 챙겨 먹은 날은 군것질하고픈 유혹에 버틸 힘이 생기고, 산책할 때 들은 팟캐스트나 음악으로 가라앉는 기분을 자주 끌어올리곤 하니까. 더구나 밤 10시라는 시간적 데드라인은 어떻게든 굼뜬 나를 움직이게 한다. 오늘도 그 작은 원칙들을 지킨 덕에 이렇게 잠옷을 입고 맘 편히 마지막 일과인 일기를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어쩌면 하루의 무탈함은 하찮은 건전함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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