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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슥슥 Dec 29. 2022

22년도 연말 회고 : 독서 편




올해 남은 일수 겨우 이틀. 드디어 연말 회고를 할 시기다. 21년은 노션의 기록들로 한 해를 돌아보았다면 22년은 기록 수단을 좀 더 늘렸 던 해였다. 노션뿐 아니라 연간 플래너와 주간 플래너에도 하루 일과를 기록했고, 이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4월에는 대뜸 루틴 앱까지 동원하기 시작했으니까. 일종의 강박이었다. 무엇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어딘가에 꼭 남겨야 했다. 그 탓에 심리적으로 쫄리는(?) 나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지난 기록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나를 보니 아마 오늘을 위해 그토록 기록했는지도 모르겠다.






22년도 회고록은 다음과 같이 소주제를 나누어 보았다.


1) 무엇을 읽었나?(독서)

2) 얼마나 들었나?(음악)

3) 꾸준히 행했나?(루틴)




그중 오늘은 첫 번째 독서 편을 회고해 보려 한다.










1) 무엇을 읽었나?(독서)



총 93권 중 50권 완독

작년에 이어 이번 해도 역시 노션에 독서 후기를 기록했다. 22년도는 총 93권의 책을 선택했고, 그중 50권을 완독 했다. 매월 7권의 책을 골라 겨우 4권의 책을 완독한 셈이다. 수치적으로는 아쉬운 결과다. 작년(55권 중 33권 완독)에 비해 분명 읽은 권수는 많아졌지만 독서에 박차를 가했다고는 양심상 말할 수 없다. (유튜브도 많이 보고 웹툰도 많이 봤으니까)


독서 최소 30분이란 이름으로 루틴 앱에 항목을 추가하고 4월부터 체크했는데 독서의 계절인 가을(9~11월)에 정작 책을 잘 안 읽었다는 게 웃기다. 아마 날씨가 좋아 외부로 나갔다는 흔적일 것이다.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색깔이 칠해져 있지 않은 날들이 생각보다 많아 아쉽고 또 그래서 자극이 된다.


밀리로 통계를 보니 총 175시간이라고 나오는데 1년 8760시간으로 보면 약 19%정도를 독서에 할애했다.

가장 많이 읽었던 달은 6월이고 구독이 종료된 12월은 가장 적을 수 밖에 없었다. 밀리 오디오북이 출퇴근하면서 유용하긴 했는데 내년에는 도서관+플라이북 구독해서 종이책 위주로 볼까 생각중이다. (귀가 심심할 땐 팟빵으로 대신하고. 책읽아웃 죠아♡)









유독 에세이를 택한 이유

사실 독서 회고의 진짜 의미는 읽은 양에 있진 않을 거다. 무엇을 읽었고 그로 인해 내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초점을 두는 게 맞다. (그래서 소주제를 '얼마나 읽었나'가 아니라 '무엇을 읽었나'라 명명한 것도 있고)


카테고리별로 확인해 보니 50 중 에세이가 24권을 차지한다. 아마 퇴사 고민을 하면서 관련 에세이들을 찾아본 영향이 클 것이다. 내향인 에세이도 공감할 수 있어 애정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에세이를 읽으면 늘 '소통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전해 받는다. 나와 비슷해서 혹은 나와 달라도 저자에게 공명하고 있다는 감각이 분명히 느껴진다. 어느 땐 자가 치유를 하고 있다는 기분마저 든다. 그래서 고민 없이 찾아 읽게 된다.








의무보다 흥미가 있어야 읽는구나

장르별로 살펴보다가 역시 난 '의무'보다는 '흥미'에 더 몸이 기우는 사람임을 알았다. 무슨 소리냐면, 내가 관심 있어하는 에세이 분야는 완독률이 절반은 되는데 반해(41권 중 24권) 생존을 위해 읽어야만 했던 경제/경영이나 투자 도서의 완독률은... 그야말로 처참했기 때문이다. (8권 중 1권) 하하. 좀 분발해야 되는 부분이라는 건 알지만 역시 독서는 흥미 없인 이어지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독서 습관 형성하려면 만화여도 좋으니 무조건 좋아하는 것부터 읽어나가는 게 상책이란 말)


내년에도 이런 버릇은 이어질 거로 보이는데 확신할 순 없다. (가망성은 낮지만) 궁합이 잘 맞는 투자 도서를 만나면 깊이 탐독할지도 모르니.










22년도 올해의 책

올해의 책을 정해 보기 위해 평점 높은 순으로 나열을 해보았다. 별점 5점 책들을 모으고 보니 하나하나 모두 주옥같았는데 이 중에 하나를 꼽는 건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세 가지를 골라봤다.



새 마음으로 / 이슬아

죽음의 수용소 / 빅터 프랭클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최진석







22년도 올해의 책 선정 이유

<새 마음으로>는 '이슬아'라는 작가에게 입덕한 계기이자 한자리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알게 된 책이다. <죽음의 수용소>는 다 읽고 이렇게 한 줄 평을 남겼다.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고서는 몰입할 수 없는 책.' 읽는 내내 인간에 대해 오래 숙고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마지막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은 두고두고 보고 싶은 나침반 같은 책이어서 선정했다.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문화 예술을 철학적으로 해석해 주는 인문도서를 좋아하는데 예전에 좋아했던 철학카페 시리즈가 생각났던 책이기도 하다.









22년도 특별한 책

이 외에도 22년도에 받은 두 권의 책 선물이 기억에 남는다. 내용과 상관없이 책은 다른 어떤 선물보다 여운이 길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선물한 이의 마음을 오래 곱씹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따뜻했으니까. (다시 한번 고마워요. 두 여인들)




살고 싶다는 농담

마음 쓰는 밤








읽고 나서 달라진 것

여기서 생각이 많아진다. 나름대로 책을 손에 쥐고 있던 한 해였는데 그것으로 인해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변화했다' 또는 '그대로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는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럴 짬밥도 안되고.)

그럼에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한 가지 변화는 '내면의 비판자에게 반박할 수 있게 되었다' 정도가 아닐까. 다시 말해,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목소리가 유독 클 때 읽은 책의 문장을 근거로 스스로 반문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물론 여전히 연습 중이고 자주 비판자에게 지고 말지만 책의 메시지를 유념해 자신에게 다른 질문을 던지려 해 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게 유의미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23년도엔 어떤 책을 읽을까

시간적 여유가 있는 무직자이다 보니 '내년만큼은 원 없이 읽고 싶다'라는 욕망이 벌써부터 샘솟고 있다. 마음 같아선 주에 3~4권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또 이렇게 권수를 정하다 보면 과정을 즐기지 못할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독서 리스트에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또 그 기록들이 쌓이는 걸 볼 때마다 희열이 큰 건 부정하지 못하겠다.)


내년에도 분명 흥미 위주로 책을 고를 테지만 종종 새로운 장르를 읽어보려는 시도는 해보고 싶다. 손이 잘 안 가는 과학 책, 읽다 덮어둔 고전문학, 이상하게 잘 읽히지 않는 판타지 소설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마음을 먹은 건 어제 본 <톡이나 할까> 이동진 님의 말씀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 같은 취향의 것들만 즐기다 보면 결국은 아주 좁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동전만 한 하늘을 보면서 이게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거나 내 취향만이 신성한 거라고 믿게 될 수 있으니까요.


취향을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의 진정한 가치는 사고와 시야를 확장하는 데서 나오는 거라 믿으며 내년에도 분발해 보자.






※ 내일은 22년도에 들은 음악에 관해 짧게 리뷰할 예정

1) 무엇을 읽었나?(독서)

2) 얼마나 들었나?(음악)

3) 꾸준히 행했나?(루틴)




※ 언급된 책의 후기 링크와 한 줄 평

새 마음으로 / 이슬아 : 한 자리에서 오래 일한 자의 풍성한 이야기

죽음의 수용소 / 빅터 프랭클 :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고선 몰입할 수 없는 책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최진석 : 오직 질문만으로 삶의 방향을 가늠하게 만드는 책

살고 싶다는 농담 : 마지막 장 맨 끝 문장이 강렬하고 묵직하다.

마음 쓰는 밤 : 딱 우리의 마음 같다. 포근한 먹먹함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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