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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Feb 17. 2021

런던의 겨울

하늘과 바람과 눈과 비 

2020년 1월 4일에 영국에 입국해 4월 15일에 한국으로 돌아간 후 2021년 1월 15일에야 다시 돌아왔으니 2년 연속 런던의 겨울만 경험하고 있다. 

1월 24일 오전 7시 38분, 이제야 동이 튼다

위도 51도의 런던은 겨울해가 매우 짧다. 오전 8시는 돼야 날이 밝고 오후 4시면 해가 져 어둠 속에서 출근하고 어두워져야 퇴근하는, 주중에는 광합성을 할 기회가 없는 날들이 이어진다. 지금은 재택근무를 하니 회의가 없는 낮 시간에 산책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점심도 사무실에서 먹었던 코로나 이전 시절에는 그야말로 밝은 세상 구경하기 힘든 계절이다. 그래도 1월부터는 조금씩 해가 길어져 오늘(2월 17일) 일출은 오전 7시 10분, 일몰은 오후 5시 19분이다. 


위도는 높지만 해양성 기후라 한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날은 많지 않다. 12월~2월 평균 기온이 최저 2도, 최고 8도 정도로 한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물론 비오는 날이 절반인 습한 겨울이라 체감온도는 훨씬 낮고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춥다. 영국 사람들의 겨울 패션은 패딩에 부츠, 털모자에 털장갑까지, 옷차림으로만 보면 한국의 영하 13도 추위와 다를바 없다. 물론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공원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들도 매일같이 볼 수 있다. 


비는 하루가 멀다하고 내리지만 좀처럼 눈은 구경하기 힘든 나라인데 올 겨울엔 눈이 펑펑 내렸다. 런던 기준으로 1월 말과 2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쌓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고 2월 7-10일에는 Storm Darcy의 영향으로 지역에 따라 폭설 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1. South Kensington 에어비앤비 숙소 발코니에서 만든 눈사람  2. Hampstead Heath 공원 눈 온 뒤 풍경


그러고보니 영국은 2월에 태풍이 자주 오는 것 같다. 2020년 2월에도 2주 연속 태풍이 불어닥쳐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2월 9일 일요일 비행편으로 샌프란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Storm Ciara로 오전 11시 출발 예정이었던 BA 285 편이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더니 4시간이 지나서야 결항됐다. 이미 6시간 넘게 공항에 대기 중이었는데 그제서야 다시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줄을 서고(공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발이 묶인 상태라 아수라장이었다) 이미 수화물로 부친 짐을 되찾기 위해 분실 신고를 하느라 또 줄을 서고... 다시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를 훌쩍 넘겼던 악몽 같은 하루였다. 결국 출장을 일주일 미뤘는데 그 주말에는 Storm Dennis가 왔다는 슬픈 이야기. 


이번 주부터는 다시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오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3월이 되면 새벽 5시대에 이미 하늘이 밝아오기 때문에 매년 3월 마지막 주 일요일 daylight saving(일광절약시간, 일명 서머타임)이 시작된다. 물러가는 겨울과 함께 락다운도 풀려 봄을 만끽할 수 있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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