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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May 22. 2021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백신이 뭐라고

5월 17일 월요일, 기다리고 기다린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런던에 입성한 1월부터 목빠지게 기다린 백신이었는데 딱 차례가 왔을 때 하필 감기 기운으로 열감이 며칠 이어져 예약을 미루고 전전긍긍 했다. 사실 내 동거인 유진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40년 가까이 조용하게 잘 붙어있던 맹장이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내 5월 12일 새벽 3시에 응급실로 달려가는(기어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살아온 수많은 날들 중 하필 지금, 영국 유학 중인 1년도 채 안 되는 시점을 골라 말썽을 부린 것도 어이없는데 수술 당일 딱 맞춰서 백신 예약 문자가 왔다. 수술한 유진이는 2주는 더 기다려야 맞을 수 있다. 신체 일부를 영원히 런던에 남기게 된 사연은 유진이가 직접 서술하리라.


수술 받고 퇴원한 유진이가 하루종일 방에서 쉬는 건 당연한 건데, 간호할 줄 알았던 내가 감기인지 코로나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실내에서 마스크 쓰고 밥도 같이 안 먹고 각자 방콕의 며칠을 보냈다. 백신 예약을 한 번 미뤘는데도 나을 기미가 없어 그냥 맞아버렸다. 그런데 오히려 백신을 맞고 나니 몸이 좀 나은 것 같은... 결국 빨리 나아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더 골골댄 것.


1. 백신 센터에 들어가면 작성하라고 주는 문진표.  2. 백신 접종 후 15분 대기하고 가라고 스티커에 시간까지 적어준다.  3. 백신 접종 센터로 탈바꿈시킨 실내 농구장.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까지 영국의 코로나 상황이 인구 대비로 치면 거의 세계 최악이었고 우리나라처럼 확진자 감염경로 등을 추적하는 건 꿈도 못 꿀 상황이라 백신을 하루빨리 접종하는 것 외엔 희망이 없었다. 그래서 백신을 개발한 제약회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권장 기간인 3주에서 12주로 늘여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1차 접종이라도 받을 수 있게 시행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오히려 1차와 2차 접종 간격을 늘인 게 항체 형성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논문이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영국은 백신 우선접종 순위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공격적으로 백신을 공급했다. 우선순위 9개 집단 중 1-4순위 집단이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의 80%를 차지하고 9순위 집단 내에서 대부분의 사망자가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이들에게 1차 접종을 완료하는 게 목표였다.


1. 요양원 거주 노인과 종사자

2. 80세 이상 고령자와 의료·사회보건 종사자

3. 75세 이상 고령자

4. 70세 이상과 기저질환으로 인한 취약계층 

5. 65세 이상

6. 16-64세 만성질환자

7. 60세 이상

8. 55세 이상

9. 50세 이상


5월 중순인 지금 성인의 70%가 1차 접종을 완료한 상태이며 한때 하루 2천명 가까이 나오던 사망자 수는 현재 한자릿수다.


4. 접종 마치면 주는 접종 카드.  5. 이걸 받기 위해 그토록 마음고생을 했던가!  6. 화이자 백신 안내서


백신을 맞은 당일에는 홀가분한 마음에 오히려 컨디션이 좋았고 다음날 아침 주사를 맞은 왼쪽 팔뚝이 아픈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기운이 없고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백신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팔과 배 쪽에 두드러기가 났는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음식 때문에 두드러기가 나곤 해서 역시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단지 보통은 하루 정도면 두드러기가 가라앉는데 5일째인 오늘도 여전하다. 화이자 백신 안내서에 다양한 부작용이 나열되어 있는데 두드러기는 없다.


이제 언제쯤 술을 마셔도 되나 호시탐탐 날짜만 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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