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검색, 나눠서 숙박 기능
5월 11일, 에어비앤비 플랫폼이 1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지금까지는 가고 싶은 위치를 넣어야 숙소 검색이 가능했는데 이제 숙소 카테고리로 검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기다린 기능이다. 딱히 갈 곳이 없어도 전 세계 멋진 숙소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글의 하얀 바탕화면에 덩그러니 놓인 검색창 앞에서 막막함에 멍 때려본 사용자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를 수도 있는 거니까. 이 세상은 넓고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곳이 수두룩하니까. (2022 여름 업그레이드)
이외에도 가까운 숙소 두 곳을 묶어서 선보이는 '나눠서 숙박(Split Stays)' 기능도 출시했다. 한 곳에서 쭉 머물기 지루해 옮기고 싶은 사용자들이 기간을 나눠서 따로 검색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날짜가 맞는 숙소 한 쌍을 고를 수 있는 기능.
늘 그렇듯 막판까지 수정하고 바꿔가며 그에 맞춰 60개 언어로 현지화하느라 로컬리제이션 팀은 상시 대기.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 출시일까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십여 명의 팀원과 수백 명의 번역사들이 피땀 흘리며 미국 위주로 개발된 기능과 이름을 최대한 현지에 맞게 작업했다. 이렇게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다시 한 번 느낀다, 난 내 손을 더럽혀가며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한국어 랭귀지 매니저였던 구글 시절,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품질이 나올 때까지 매일같이 야근했고, 제품명 하나를 가지고 일주일을 고민했다. APAC 매니저로 에어비앤비에 이직한 후에도 팀에 PM이 한 명도 없던 몇 년간은 유일한 동료 Sam과 번역사 관리, 예산 관리, 프로젝트 관리를 모두 섭렵하며 이름만 매니저지 사실상 PM 역할을 했다. 근무시간은 무늬일 뿐, 서울에서 새벽에 접속해 일하기 시작하면 더블린에 있는 Sam이 저녁 늦게까지 일하다 넌 왜 벌써 온라인이야? 그러는 너는 왜 아직도 일하고 있어? 하며 서로 뭐라고 했던 때가 있었다. 하나라도 더 처리해주고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Sam의 배려에 나 역시 다음 날 Sam이 일어나기 전에 최대한 많이 작업하려고 했고,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대가 있었다. 매번 급하게 일을 넘기는 본사 팀들을 욕하고, 사소한 문제에도 이메일을 보내 불평하는 번역사들의 고객센터가 된 느낌을 하소연했지만 내 손으로 일을 처리하는 만족감이 있었다.
지금은 PM과 언어 담당자를 채용해 팀을 꾸렸고 번역업체와 협력하며 시스템을 구축해 (여전히 문제는 많지만) 나름 잘 굴러가고 있다.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하는 일보다 팀원과 번역업체 관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조언하거나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공을 들인다. 그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일에 직접 나서며 대신 싸워주는 정도. 그러니까 필드에서 뛰는 선수가 아닌 벤치에 앉아있는 감독이다.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가도 속이 터져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심판에 항의도 하며 때로는 선수를 불러 다그치기도 하는...
관리자의 일이 재밌고 보람 되지만 때로는 다시 필드에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그래서 문학번역 수업이 재밌나보다. 선수로 복귀할 순 없어 주말에 조기축구회 나가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