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이라고 하면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만을 떠올렸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초등학교에 와보니 초등학생도 비행을 저지르더군요. 다행스럽게도 비행을 저지르는 학생들은 소수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에도 분명 비행을 저지르는 학생이 있고, 그 학생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행의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가출, 절도, 학교폭력, 성 문제 등 중고등학생의 비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초등학교 상담실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학교폭력 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그 외의 일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복 입기 전의 어린 학생에게도 별 일이 다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 해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니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사안이 발생할까 걱정스럽습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6학년 남학생을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자신보다 어린 학생의 뺨을 때리고 돈을 빼앗은 행동에 대한 처분으로 특별교육을 받기 위해 상담실에 온 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5학년 때부터 비행을 저지르는 상급생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비행 행동을 배우고 따라 했습니다. 상담 도중에 자신이 어울린다는 상급생들이 담배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신분증을 위조해서 담배를 구입하거나 노숙인들에게 웃돈을 주고 대신 구입해 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같이 어울리는 무리 여럿이 한 번에 편의점에 가서 몇몇이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나머지가 담배를 훔쳐 달아난다고도 했습니다. 학생은 본인은 가담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했어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 태연하게 이야기하던 학생의 모습이 적잖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대개는 6학년 정도는 되어야 비행이 두드러지는데, 이제는 한 학년씩 어린 연령에서도 비행을 저지르는 학생들이 나타나곤 해서 걱정이 큽니다. 똑같은 비행을 하더라도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보다 어려서 더 무섭습니다. 그 비행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더라도 어릴수록 몸에 더 치명적입니다. 성과 관련된 비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적인 발달도, 정신적인 발달도 진행 중인 초등학교 학생에게 발생한 성 사안은 상대적으로 더 치명적일 것임이 자명합니다.
게다가 나이가 어릴수록 자극적인 일탈행동에서 즐거움을 경험한 이후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 예상됩니다. 도박 행동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실제로 돈에 대한 관념이 왜곡되어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함께 어울리는 중고등학생들이 불법적인 도박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명품을 소비하는 사례를 접하고 그것에 동경심을 품습니다. 이 학생들이 어울린다는 중고등학생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도박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학생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등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까지 합니다. 불법적인 도박행동을 통해서 돈을 벌고, 그것이 동경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면 쉽게 돈 벌고, 있어 보이기까지 하는 그 행동을 그만두기 쉬울까요? 도박은 심지어 중독의 특성이 있지요. 아직 인지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어린 학생이 접하게 되었을 때, 그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 상상만으로 겁이 납니다.
실제로 비행을 접하고 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학생은 학교 적응을 어려워합니다. 학교 적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낍니다. 평범한 아이들 틈에 끼지 못하는 것이죠. 평범한 반 친구들이 비행을 저지른 그 학생을 무서워하거나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비행을 한 그 학생도 평범한 반 친구들에게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고요. 또래들이 하는 놀이나 대화는 다 시시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간혹 비행하는 학생에게 일종의 동경이나 호기심을 갖는 소수의 아이들이 있어서 그들과 어울리기도 하는데, 대부분 피상적인 관계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학교 적응을 위해서는 학교가 정한 규칙에 잘 적응해야 하지요. 그러나 비행에 익숙해진 학생은 사회가 정한 규칙도 어기는 판국에 학교 규칙을 어기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그러니 평범한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에서만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울증이나 자해, 자살사고를 가진 학생도 종종 만납니다. 비행을 포함한 여러 문제가 더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겪는 문제나 어려움이 저연령화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20여 년 전 기사에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저연령화 되고 있는 비행 문제에 우리는 아직 괜찮은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품행 문제는 이른 시기에 시작될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는 사실도 참 우려스럽습니다. 전체적인 발생 빈도는 중고등학교에 비해 적지만, 한 번 발생했을 때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초등학교 비행 문제는 한 마디로 어려서 더 무서운 일입니다.
사진: Unsplash의Ryan Qui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