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갈지라도 깨지진 않을 겁니다

에필로그

by 히예

내가 가진 예민함에 대한 글을 썼다. 예민한 나의 모습, 그 안에서 행복을 찾기 위한 고민, 오감을 활용해 나를 돌보는 실천방법을 글로 적으면서 '생각보다 내가 예민함을 다스리는 다양한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조금 기특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나의 예민함을 사랑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글쎄 아직 사랑까지는... 여전히 예민함에 지치고, 피곤한 여러 날들이 훼방을 놓고 있어서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예민함을 애써 외면하면서 쿨한 척하는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의 예민함을 사랑까지는 못하더라도 미워하지는 않으려고, 나의 일부로 이해해 보려고,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타고 태어난 기질이 어떻게 변하겠나,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나는 꽤 예민한 할머니겠지. 그래도 감사한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뎌지는 부분이 조금씩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 꼬부랑 할머니쯤 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려나.


한 번씩 예민함이 마음에 돌을 던지면 이전과 크게 다름없이 쉽게 자책도 하고, 상처도 받으면서 마음에 금이 가기도 하겠지. 그래도 깨지지는 않을 거다. 나는 내 예민함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보듬고 그 안에서 나를 돌보는 방법들을 얼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방법들을 발견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매우 예민한 성향'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정도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묘하게 위안이 된다. 이 글을 쓰는 일은 나의 취약점을 직시하고 끌어안는 과정이었다. 여전히 사랑하지는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지만, 이렇게 조금씩 끌어안다 보면 마침내 예민함이 강점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더불어 나와 비슷한 20퍼센트의 누군가에게 내 짧은 이야기들이 묘한 위안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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