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 3. 성장촉진 보드게임 팁-(2)반전의 기회 주기
제가 있는 상담실에 구비되어 있는 보드게임은 모두 한 게임을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할 때, 게임 한 판에 20분 이상 소요되는 게임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반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한 회기 상담은 40분 동안 이루어지는데, 소요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게임을 하게 되면 아이가 게임에서 졌을 때 만회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한 게임을 끝내고 나서 패자가 되었는데, 시간이 다 되어 곧 퇴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부루마블 같은 게임은 한 명이 파산해서 승자와 패자가 정해질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주사위 던지면서 전진도 해야 하고, 땅도 사야 하고, 상대방이 내가 산 땅에 걸려서 돈도 벌어야 하고요. 무인도라도 들어가면 무인도를 탈출하는데만 몇 번의 턴이 소비되다 보니, 한 바퀴 완주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한 게임을 끝내는데 상담시간 40분이 모자랄 수도 있어요.
만약 아이가 패자가 되었는데 남은 시간이 10분 남짓이라고 한다면 아이는 더 이상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를 갖기 어렵겠지요. 하지만 소요시간이 짧은 게임은 한 회기 내에서도 여러 번 반복해서 할 수 있으니 아이에게 패배를 딛고 다시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용이합니다. 전략게임의 경우에는 신체게임 등 다른 종류의 게임에 비해서 소요시간이 긴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길어도 20분 내외로 한 게임을 마칠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해서 하고 있어요. 20분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상담시간 40분 동안 한 번이라도 만회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짧은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게임이 '다빈치 코드'입니다. 이 외에도 신체게임 중 하나인 '젠가', 우연게임인 '스머프 사다리 게임', 협력게임인 '5분 던전' 등 앞선 파트에서 소개해드린 게임들 모두 소요시간이 길지 않은 게임이니 참고해서 선택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물론 만회의 기회를 준다고 해서 그 기회에 아이가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이가 연달아 패자가 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만회의 기회가 있는 것과 만회의 기회조차 없는 것과는 다릅니다. 반전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 번 패배했더라도 그것을 딛고 다시 시도하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패배로 인해 좌절했던 마음이 성취감이나 뿌듯함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요.
가정에서 퇴근 후에 아이와 놀이 시간을 가질 때도 소요시간이 긴 보드게임은 부모님도 하다가 지칠 수 있어요. 게다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한 시간 동안 보드게임을 같이 했는데, 한 판 하고 이제 그만하자고 하면 '놀아준다더니 겨우 한 판 밖에 안 해준다'는 투정을 듣기 좋죠. 특히 연령이 어린아이들의 경우에, 똑같이 한 시간 동안 놀이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1시간짜리 게임 한 판과 15분짜리 게임 네 판 중에 아이 입장에서 어떤 게 더 많이 놀았다는 생각이 들까요? 가정에서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보드게임을 구비해 두신다면, 한정된 시간 내에 더 다양한 경험을 아이에게 제공하면서 동시에 아이도 즐거워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