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예 Oct 16. 2023

친구 동생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일 년에 두어 번 만남을 가지며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묻는 작은 모임이 있다. 그 모임에 친구 한 명이 출산을 한 지 몇 개월쯤 지나서 아기도 볼 겸 만나자는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할 때쯤, 부고 문자를 하나 받았다. 친구 동생의 부고 문자였다.


  동생 장례식은 서로 부르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는 어른들의 공통된 말들이 있었으나 예상치 못하게 동생을 잃은 슬픔을 위로하고 싶었다. 나도 동생이 있기에 갑작스러운 이별이 얼마나 아플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았다.


  급하게 마련한듯한 장례식장은 작고 허름했다. 작고 허름한 장소가 무색하게 영정사진 속 고인은 밝고 예쁘게도 웃고 있더라. 고인이 된 친구 동생과는 친구 결혼식에서 짧은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고,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슬픔이 느껴졌다.


  친구는 동생의 죽음에 대해 '동생이 생각보다 더 많이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고 했다. 원래도 하얗던 친구의 피부는 창백하리만큼 핏기가 없었고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친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얼마나 큰 슬픔이 친구를 덮쳤을지 상상하기조차 무서웠다. 그 어떤 말도 친구가 겪고 있을 슬픔의 무게에 비하면 가벼운 말이 될 것 같았다. 그저 가만히 어깨를 토닥여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최근 몇 년간 젊은 자살자의 부고 소식을 건너 건너 한 번씩 들으면서 젊은 사람들의 우울증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현실이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르신들의 장례식과는 다르게 젊은이의 장례식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길고 무거운 침묵이 오래도록 흘렀다.


  죽음을 선택하기 하루 전까지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친구의 동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늘 밝아 보이기만 하는 그 친구도, 그 사람도 속으로는 혼자 어떤 슬픔을 감내하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친구에게, 동생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뜬금없는 안부 전화에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답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고마웠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 뒤에 숨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채 살고 있지는 않았나. 이제와 안 하던 연락을 하자니 부담스러울까 봐, 내 삶을 살아가느라 바빠서, 이 외에 갖가지 이유를 대며 무관심을 포장해오지 않았나.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거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 갑자기 안부를 물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생각해 보니, 오랜만에 받는 친구의 안부 연락은 나에게 반가움과 기쁨이었다. 뜬금없이 보내는 내 메시지도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고달픔을 잠시 잊게 해 줄 반가움과 기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혼자라고 생각하기 쉬운 세상이다. 별거 아닌 연락이지만, 네 옆에 너의 안부를 걱정하는 내가 있다고 알려줘야겠다. 그 별거 아닌 연락이 누군가의 일 분을 살리고, 한 시간을 살리고, 하루를 살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 이거 공황증상인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