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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파도와 함께 평영을

다소 거친 물 싸대기와 짠물이 주는 산만함이 있었지만,

by 김혜미
바다에서 파도와 함께 평영을

난생처음으로 바다에서 해변으로 헤엄쳐 나오는 경험을 했다. 아무런 보조 기구 없이. 구명조끼도, 튜브도 없이 말이다. 어느새 예전부터 꿈꿔왔던 꿈을 이루고 있었다. 언제 한 번,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의 70%는 물속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나라의 땅에 발자국을 찍는 것만으로도 황홀해했는데, 이 황홀함의 근원 70%가 물속에 있다는 사실이 꽤 인상적이었다. 내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던지 머릿속에, 가슴속에 콕 박히었다. 그때 이후로, ‘꼭 수영을 배워서 바다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꿈을 가졌다.


한동안 하늘길이 막혀 어디도 나가지 못했을 때, 거의 매일 동네 수영장을 드나들며 처음 맞이한 수영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일 년을 보냈다. 주변에서는 갑자기 수영을 왜 배우게 되었냐며, 어떻게 꾸준히 하게 되었냐며 물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물속의 들어있다는 70%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꼭 보게 말겠다는 불타는 의지와 열정으로 답해주었다. 그렇게 1년이 조금 더 흘러,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무이네라는 곳의 바다에서 파도와 함께 평영을 즐기고 있었다.


막상 수영을 꽤 자신 있게 배우고 바닷가로 와도, 똑같이 두려움은 여전했다. 수영장에서는 두 발이 바닥에 온전히 닿을 뿐 아니라, 물의 높이가 높아야 내 가슴 부근이었다. 그 누구도 함부로 알 수 없는 바다의 존재와는 지극히 반대였다. 바다는 언제 발이 안 닿을지도 모를 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파도에 머리까지 잠기기 일상이다.


하지만 무이네에서 첫 서핑을 배우는 날, 이전까지 들었던 걱정을 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보드 위에 두 발을 척척 올려놓고 파도 위에 서는 것에 집중하느라 파도가 치든, 발이 닿든 안 닿든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이제 슬슬 서핑에 감을 익히기 시작할 즈음, 정신을 차려보니 자연스럽게 바닷속을 성큼성큼 걷고 있었다. 잠시, 해변으로 걸어 나오다가 대뜸 엎드려서 평영을 시도해 보았다. 늘 수영장에서 안정적인 물결 속에서 하던 느낌과 다른 다소 거친 물 싸대기와 짠물이 주는 산만함이 있었지만, 짧은 그 찰나가 참 좋았다. 어느새 보니, 그동안 꿈꿔왔던 바닷속에서 수영하는 내 모습을 그대로 이루고 있었다.


‘역시 나는 꿈을 꾸며 살아야 하는 사람인 걸까, 비록 처음에는 허황된 꿈처럼 들릴지라도. R=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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