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 서핑
수영 하나로 이어진 연결고리들
타이밍이 잘 맞았다. 갑작스러운 팬데믹 상황에 주어진 여가 시간, 뜨거운 계절의 여름, 마침 배우기 시작한 수영이 서로 어우러졌다. 고작 수영 3개월 레슨을 통해 ‘아? 나 물을 좋아하네?’를 깨닫고, 그때부터 무언가에 홀린 듯 물고 관련한 레저에 거침없이 도전해버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스쿠버 다이빙’이었다. ‘스쿠버 다이빙?’하면 막연하게 스노클을 끼고, 물속에서 물고기들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직관적인 이미지만 떠오를 뿐, 그 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약간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수영장에서 킥판 잡고 물에 뜰 수 있다는 스스로를 믿고, 덜컥 PADI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 뛰어들었다.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면서 난생처음으로 바닷속 깊숙이 잠겨보기도 했고, 물속을 휘저으며 수조에서만 보던 물고기들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내 앞에서 지나가는 물고기를 보기도 했다. 그때, 나는 ‘바다를 즐기는 두 방법’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바다를 밖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구경하고 나서 바다를 보고 왔다고 말하지만, 물속을 봐야 정말 바다를 봤다고 할 수 있다.
다이빙 세계에 빠지기 전까지는 전자에 해당하는 여행자였다. 늘 여행을 다닐 때면 바다를 꼭 보고 돌아오는 편이었음에도, 희한하게 바닷속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항상 바다 밖에서 거품기 가득한 파도가 내 발과 다리에 힘차게 다가왔다가 서서히 멀어져 가는 모습만을 지켜보았다. 가끔은 파도가 오기 전에 후다닥 모래사장에 조개껍데기로 '오늘 날짜, 누구누구 왔다 감' 내용을 쓰고 얼른 사진으로 남기곤 했다. 이게 바다를 즐기는 나의 옛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몇 번 물에 뛰어들었다 나오니까 의문이 들었다.
'왜' 나는 여태까지 바다를 볼 때, '바닷속에 무엇이 있을까?' 하며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여태까지 바다와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해 여름, 바다는 내게 '바닷속에 대한 호기심'을 선물해줬다. 이제는 바다를 볼 때면 '저 안에 어떤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을까?', '물속 시야는 어떨까?', '물색은 또 어떨까?' 마구마구 궁금증이 샘솟는다. 앞서 말한 전자와 후자의 두 방법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 그렇게 나는 첫 다이빙 이후 또 바닷속을 보러 떠났고, 곧바로 어드밴스드 자격증 취득 과정에 도전하였고, 여름이 다 가기 전 계속해서 바다로 향했다. 가뜩이나 여름을 좋아하는 여름형 인간인 난, 그해를 시점으로 여름의 맛에 더욱 풍덩 빠져버렸다.
수영을 통해 연결된 첫 번째 연결고리인 스쿠버 다이빙에 이어서, 두 번째 연결고리에 걸린 존재는 ‘서핑’이다. 서핑은 하도 많이 보고 들어서 아직 경험하지 않았지만 경험해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아이였다. 덕분에, 이번 무이네에서 첫서핑을 할 때에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과 겁은 없었다. 수영을 1년쯤 넘게 배운 상태에서 바닷속에 다시 들어가는 감정은 또 달랐다. 먼저, 물에 대한 거부감이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그 물속에 들어가 파도와 거품나는 그 물살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거침없이 서핑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하필이면 무이네를 떠나기 하루 전날에 서핑의 맛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만약 남동생이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난 또 나짱으로 향하는 계획을 다 무너뜨리고 며칠 더 서핑 하고 있지 않았을까.
만약, 수영의 세계를 모르고 지냈더라면, 그저 바다 밖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했던 사람으로 지냈다면 스쿠버다이빙, 서핑 등 물속에서 즐기는 레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다. 물속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어도, 나름의 나만의 삶을 즐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을 터이지만, 지금은 물이 없는 나의 삶이 전혀 상상이 안 간다. 참 다행이다, 물속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