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 수모 쓴 모습은 nothing
수치 pool 지상수영
가끔 수영을 막 시작하는 주변 지인들이 물어본다. ‘수영모 쓰고, 쫙 달라붙는 수영복 입는 게 너무 부끄러운데.. 너는 처음 배울 때 괜찮았어..?’ 애초에 민낯으로 다니는 게 일상인 내게는 수영모, 수영복의 차림이 민망함보다는 편안함 그 자체였다. 꾸밀 거 하나 없이, 민낯 그대로 물속에서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 좋고 그 순간을 즐긴다. 요즘은 나이가 하나씩 올라갈수록, 어딜 나가면 늘 꾸며야 한다는 의식과 꾸미는 게 예의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는 사회의 자리가 많아지다 보니, 더욱 수영장에서의 민낯 그 자체인 나의 모습이 정말 좋고 편하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친구들에게는 어떻게든 수영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기 위해 최대한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하나의 마음속 대답이 있다.
“정말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 상태로 지상 수영을 하는 순간이 가장 수치스럽다랄까.”
지금까지 수영하면서 가장 부끄럽고, 숨고 싶지만 애써 안 부끄러운 척했던 순간이 딱 몇 번 있다. 그 몇 번의 공통점은 ‘지상 수영’이다. 말 그대로, 물속에서 하는 영법을 지상에서 연습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보통 어린아이들은 물 밖에서 연습하고 물속에서 적용하며 배운다고 한다. 어른들 강습에서는 사람도 많고 나처럼 민망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상 연습에 한계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당시, 1:1로 레슨을 받는 상황이었기에 지상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거였다. 실제로, 물 밖에서 자세를 익히고 들어가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무튼, 가장 창피했던 지상 연습은 접영이었다. 일명 나비 자세를 하기 위해 웨이브도 할 수 있어야 하고, 팔도 쭉 양 옆으로 뻗으며 코어 힘을 동시에 쓸 수 있어야 하는 고난도의 영법이다. 돌이켜 보면, 접영은 지상 연습이 큰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하루는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물 밖에서 부도판 위에 엎드려 누워 팔을 휘저으며 상체를 들어올 들어도 복잡한 영법을 그러한 연습을 하였다. 마치, 앞으로 윗몸 말아 올리는 연습을 거꾸로 뒤로 젖혀 하는 것과 같았다랄까. 그동안 아무리 선생님 앞에서 콧물을 흘려도, 맹구처럼 콧물이 인중에 묻혀 있어도 창피한 적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렇게 부끄럽고 민망한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이것이 선생님만의 강습 철학이니 제자로서 묵묵히 따라야 했다.
정말이지, 수영장에서 겪는 진정한 ‘수치 pool’은 ‘water pool’에서의 ‘지상 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