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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상한 아저씨도

레인을 잘 고르는 감, feel

by 김혜미
가끔은 이상한 아저씨도

뭐, 수영도 여러 사람이 섞인 수영장에서 함께해야 하는 거라,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런 경우는 다행히도 드물기도 할 뿐 아니라, 오래 수영하다 보니 집중할 수 있겠다 싶은 하나의 레인이 딱 감이 오기도 한다. 적어도 난 그렇다. 그 감으로, 매번 조용히 수영을 즐길 수 있었다.


그 감을 얻기까지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유독 빛나는 레인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갖기 전에는 몇 번 이상한 아저씨를 만난 적도, 한 레인을 건너뛰고 지켜본 적도 있다. 하루는 한참 자유형을 쉬지 않고 연속으로 몇 바퀴 다녀오는 연습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아저씨가 말을 걸으셨다. 시작은 이러했다. “자유형을 잘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아세요?” 당시, 얼른 성장하고 싶었던 나는 초롱초롱한 눈빛과 함께 대답했다. “음 호흡이요..?” 동시에, ‘야, 그걸 또 왜 대답하니. 얼른 그냥 수영하자’라고 마음의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러더니 아저씨께서는 아니라며, 무조건 팔을 앞으로 쭉 뻗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잠깐 팔을 들어줘도 되겠냐고 하셨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하며 “네..?”하며 못 들은 척 피했다. 몇 번 다시 잘 들리도록 내게 아주 친절히 2~3번은 말씀해주셨지만, 계속 못 들은 척하자 결국은 혼자 시범을 보여주시고는 샤워실로 아무 일 없다는 듯 들어가셨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상황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나만의 방법을 만들었다. 딱히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로 인해서 나만의 행복한 수영 시간을 해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한동안 수영장에서 조금씩 이상한 아저씨의 존재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자유 수영 시간만 되면 늘 나타나는 한 아저씨가 있는데, 여자들만 보면 가르치려고 하며 계속 스킨십을 한다는 소문이었다. 늘 한결같이 눈에 띄는 수영모를 쓰신 분이었기에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행히도, 잘 피해 다녀서인지, 너무 어려 보여서 말을 안 거신 건지 모르겠지만 내게 피해를 준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어떤 부분에서 그 소문이 돌게 되었는지는 소문을 듣고 나니, 눈치챌 수 있었다. 잠시 호흡 좀 가다듬을 겸, 벽에 붙어 서서 있을 때 그 아저씨는 늘 다른 여자 수강생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뭐, 가끔은 이상한 아저씨도, 사람도 있으니 나로서는 얼른 레인을 고르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을 하는 수밖에. 나도 누군가에게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는 것도.


수영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며 더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적당한 선을 지키는 수영장 문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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