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신 없는, 두려운 영법
배영 샌드위치
나만 그런 걸까, 가장 자신 없고 두려운 종목이 배영이다. 사실 자신이 없는 건 자신감이 생기도록 어떻게든 부딪혀 보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려움은 한 번 느낀 이상 쉽사리 없애기에는 어렵고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배영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오로지 내 모든 균형 감각만을 믿어야 한다는 점이다. 배영은 다 똑같이 보이는 하늘색 천장과 빛을 바라보면서 힘차게 발을 수면 위로 들어 올려야 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자신감 부스터만 장착하고 배영을 하면 오히려 괜찮다. 그렇지만 몇 번 벽에 머리를 부딪혀 본 사람은 (물론 이때는 깃발 신호를 몰랐다.) 쉽사리 배영을 하지 못한다. 적어도 난 아직까지도 그렇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럴싸한 나름의 두 번째 이유도 있다. 사람들을 혹시나 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다. 머리를 박는 건 내 머리만 아픈 거니까 그나마 괜찮은데, 사람들이랑 같이 한 레인을 돌 때는 너무 두렵다. 팔을 돌리다가 옆 사람을 칠까 봐, 또, 옆 사람 쪽으로 가서 머리 박치기를 할까 봐 오만가지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늘 배영을 해오고 있다. 사실, 혼자 자유수영에 갈 때면 배영은 최대한 뒤로 미루거나 하지 않고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게 늘 회피하던 배영은 사람을 위축시켜 버렸다. 정규 연수반에 들어간 지 이틀 째, 배영의 날이 따로 있는지 유독 배영만 하며 빙글빙글 레인을 도는 날이었다. 아직 누군가와 함께 수영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쳇바퀴 도는 햄스터처럼 레인을 도는 수영인들 사이에서 쭈뼛쭈뼛했다. 거기다 자신 없는 배영까지 하려니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되어버렸다. 참으면 안 되는 호흡을 꾹 참은 체, 조심조심 팔을 휘저으며 어떻게든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게 된 건, 내 배 위로 올라온 앞사람의 손이었다. 알고 보니, 너무 느리게 간 탓에 앞사람의 손이 나의 배 쪽으로 올라와 버린 거다. 마치,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두 빵을 포개어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으로 배영 샌드위치를 경험했다.
얼른 일어나서 먼저 그분을 앞으로 보내드리고 나서야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뒤이어 강습을 받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제일 뒷순서에 서게 되었고, 뒤로 빠지니 다행히 조바심을 느끼지 않고 나의 속도로 헤엄쳐 나갈 수 있었다. 그날은 유독 날 위축하게 만든 날이었고, 한참 더 배워야겠다며 겸손을 갖게 해 준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이 없다고 더 이상 회피하지도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 이제 배영만 판다! 다만 사람이 없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