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신 있는, 좋아하는 영법
평화로운 평영
'와아, 평영이 이렇게 평화로운 영법이었구나.'
가장 자신 없고 두려운 배영이 있다면, 가장 자신 있고 좋아하는 평영이 있다.
왜 나는 유독 평영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 때문인 거 같다. 듣는 이에게는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거 같은 이유이다. 처음 평영 발차기를 배울 때 다리를 개구리처럼 해야 한다는 낯섦과 민망함, 계속해서 가라앉는 하체, 때문에 앞으로 도무지 나아가지 않는 나의 몸, 심지어 여태껏 물속에서 호흡을 참고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그 허탈함 등의 쉽지 않은 긴 과정들이 있었다. 계속해서 부딪히는 한계에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잘만 나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평영을 지켜볼 때면 멋있다는 감탄만 하고 수영장 밖을 허무하게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평영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던 까닭은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라는 충분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연습하다 보면, 포기하지 않고 자유수영에 와서 평영만 하다 보면 일 년 뒤, 이년 뒤 개구리처럼 물살을 가로지르는 내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래서였을까, 가끔은 도저히 발전하는 거 같지 않는 거 같아 좌절감과 부끄러움만 주는 평영과 부대껴 보니, 미운 정이 들었는지,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영법으로 재탄생한 것이 말이다.
또, 자연스레 평영에 애착을 더해준 건 바로 ‘우리 ‘선생님’의 지분도 100% 있다. 어느덧 개구리 발차기로 물살을 가볍게 가로질러 나가는 실력이 되었을 즈음, 선생님과 함께 늘 우리의 첫 만남을 회상하곤 했다. 2년 전, 이제 막 개구리 발차기를 배웠을 즈음 선생님이 지금 선생님으로 바뀌어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지 보여드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때 당시, 그래도 발차기는 잘 배웠다고 생각하며 보여드렸는데 그동안 잘못된 자세로 연습해 왔던 모습이 드러나 버렸다. 이후, 처음부터 발차기 연습에 집중하고, 킥이 많이 나아진 후에는 팔동작도 배우고, 타이밍도 익히고 하다 보니 어느새 선생님이 원하시는 평영 자세를 얼추 비슷하게, 잘 해내고 있었다. 그럴 때면 늘 우린 “진짜 혜미가 이렇게 성장할 줄이야.”, “그때는 꿈도 못 꿨는데” 등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과거를 회상하고 성장한 현재를 감격하며 만끽한다.
그러다 문득 궁금하여 선생님께 “선생님은 가장 좋아하는 영법이 뭐였어요?”라고 여쭤보았다. 약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망설임 없이 평영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게다가, 임신을 하셨을 때도 아이 낳기 전까지 매일 평영을 해서 아이 잘 낳았다고 웃으며 이야기해 주셨다. 감탄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역시 선생님의 거울은 학생이다.’ 선생님이 좋아하고 잘하는 걸 보고,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아서 제자도 선생님을 따라가게 되는구나를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참 감사하다. 다른 사람들은 평영을 어려워해서 회피하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4가지 영법 중 평영을 제일 선호하고 있다. 나의 수영 일타 선생님 덕분에.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평영을 조금 더 힘차게 해 보기 위해 연습 중이다. 역시 수영은 배움의 무한굴레이다. ‘평영이 이렇게 평화로운 영법이었구나.’라고 느낀 지 얼마 안 된 즈음,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수영 현역 선수들처럼, 최대한 상체를 빨리 그리고 많이 들어 올리고, 바로 앞으로 쭉 뻗으며 힘차게 물살을 튀기며 가는 '힘찬 평영인'이 되어보고 싶다. 이를 위해, 선생님도 나도 함께 다시 힘차게 평영 하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좋아하는 영법을 조금 더 잘하는 영법으로 만들기 위해서.
좋아하는 영법을 잘하는 영법으로 바뀐다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