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효율을 알기까지 3년

조급해할 필요 없는 존재, 수영

by 김혜미
최상의 효율을 알기까지 3년

최근 들어 주변에서 수영을 시작한 지인들이 많아졌다. SNS를 통해 수영 레슨을 막 끝낸 직후 바로 올리는 지인들의 수영 후기를 읽을 때마다, 수영에 첫발을 들여 꼬박꼬박 그날의 감정을 적는데 재미를 들였던 과거의 내 모습도 함께 겹쳐 보였다. 제삼자의 입장이 되어, 지인들의 수영 일지를 읽으니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는 경우도 은근히 많았다. 또, 그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지금의 내 눈에는 보이게 된 몇 가지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수영을 시작한 지 3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얼른 다음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하는 마음과 은연중 모르게 타인과 비교를 하고 다음 진도로 잘 나가지 않는 거 같아 조급해하는 마음을 읽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첫 1년의 시절이 스쳤다. 돌이켜 보면, 아직 배운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아무런 도구 없이 자유형을 하고 싶어 했고, 이제 막 물에 뜨기 시작했음에도 왜 배영이 잘 되지 않을까를 나의 탓으로 돌리며 어깨가 푹 꺼진 채 집에 돌아온 날도 많았다. 또, 그동안 잘 되었던 자세들이 단 며칠 만에 흐트러져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듯한 허한 감정에 휘말린 적도 많았다. 그러다 뭐 몇 달만 더 꾸준히 하면, 몇 년이 지나면 완벽한 자세로 모든 영법을 완벽하게 할 수 있겠지라는 부푼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수영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난 지금은 그 부푼 희망을 버렸다. 대신에 그동안 축적된 수영인의 일상 덕분에 언제 수영을 해야, 어떤 상태에 수영을 해야 최상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먼저, 지난번, ‘수영인들의 혈액형’에서도 이야기 나눈 것처럼 아침과 저녁보다는 낮에 수영할 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수영할 수 있다. 이밖에도 두 가지 요소가 더 있다. ‘내 장의 상태’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공복이냐, 조금 음식이 들어가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꽤 긴 시행착오를 통해 정리가 되었다. 최근까지는 무조건 2~3시간 전에 간단한 간식을 먹은 후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한 번은 너무 이른 아침에, 쌀이 아닌 빵으로 먹은 탓에 수영장에 들어가기도 전 샤워실에서부터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속으로 ‘아, 망했다. 오늘 기운 하나도 없겠는데.’라고 생각하며 벌써부터 허탈감을 느끼며 적당히 하고 나오자는 마음으로 물속으로 풍덩했다. 웬걸, 그 한 주 중 가장 최상의 컨디션으로 물속을 즐길 수 있었다. 대게 한 시간 이내, 1.5K를 적정선으로 수영을 하는 평소에 비해 그날은 유독 출처 모를 엔돌핀 덕분에 2K를 찍고 나왔다. 막상 수영을 하다 보니 배고픔은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몸이 가벼워져서 유선형을 잘 유지한 채 물의 저항을 가로지르며 나아갔다. 3년이 되어 깨달았다. ‘나는 장이 든든한 거 대신, 배고파야 물속에서 에너지를 마구 뽐내는구나.’


'수영하는 시간대'와 '장의 상태' 조건을 잘 충족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조건은 ‘휴식 기간은 3일’이다. 가끔은 몸에 주기적으로 쉼을 주어야 한다. 쉼의 에너지가 축적되어 수영장에 다시 복귀한 날,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수영 가기 3시간 전부터 약간의 고민이 생겼다. 당연히 수영을 가 는 날이니 호밀빵, 땅콩잼만 준비해 두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려 할 찰나였다. 이때, 몸이 으슬으슬하고 영 기운이 안나는 몸의 신호를 알아차렸다. 성격상, 또 그 신호를 무시하려고만 들었다. 때마침, 오늘은 뭐 할 거냐는 단짝 친구의 카톡이 왔다. 간단하게 하루 일정을 브리핑하고, 고민하고 있던 딜레마를 대화 말미에 살포시 얹었는데 친구의 강력한 대답이 돌아왔다. "쉬어, 무조건 쉬어"


늘 몸의 신호를 무시하는 나의 성격을 꿰뚫고 있던 친구였다. 평소 같았으면 그래도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고집대로 수영장에 갔을 텐데 그날은 유독 친구의 말을 들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유로 레슨을 못 간다고 하는 상황이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참 새로웠다. 그렇게 사흘을 집에서 편안히 시간을 보냈다. 사흘 동안 푹 쉰 다음의 날의 수영은 유독 선생님께서 시키는 것 족족 잘 해내는 날이었다. 정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문 날이었다. 선생님께서도 "오늘 왜 이렇게 다 잘하지?" 호탕하게 웃으면서 희한한 한 시간을 물속에서 흘러 보냈다. 수영을 마치고 샤워를 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3일의 온전한 휴식 덕분인 거 같았다. 맞다, 사흘의 쉼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주었다. 머리를 말리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 수영은 조바심을 느낄 필요가 없는 존재야. 꾸준히 수영을 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잠시, 며칠 동안 몸이 늘어지도록 이완을 주는 거야.' 물론 그 며칠이 일주일이 되고, 2-3주가 넘어 한 달을 넘겨서는 안 되지만 말이다.


이 3가지 조건이 골고루 갖춰진 상태에서 수영을 하면 정말 최상의 컨디션과 최상의 효율을 선 보이며 물속에서 지치지를 않는다. 또, 물밖에서 나와 느끼는 쾌감도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개운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행복한 감정이 체내를 가득가득 채운다고 해야 랄까, 아무튼 행복하다. 그렇지만 하나라도 균형이 맞지 않는 날에는 수영을 했는데도 개운하지 않고, 왜 오늘은 수영이 잘 되지 않을까 하며 속상해하기도 한다. 마치 처음 수영을 시작했을 때의 일 년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다. 유독 오늘 수영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건 3가지 중 한 가지가 부족하다는 걸, 잠시 빠른 걸음을 멈추고 나의 일상을 천천히 돌이켜봐 주어야 한다는 걸 말이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지금 당장 실력이 늘지 않는 거 같아 조급함을 느끼고 있는 수영인들이 있다면 살포시 나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다. ‘수영이 잘 되는 날이 있다면 잘 안 되는 날도 분명히 있어요.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최상의 효율을 알기까지 3년이 걸렸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