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

수영도

by 김혜미
방심은 금물

‘방심’, 사람의 타고난 성향인 걸까? 무언가에 익숙해졌을 즈음 불현듯 나타나는 가끔의 해이해짐, 자만과 오만, 초심을 잃은 채 대하는 마음가짐 말이다. 만약, 살면서 방심을 피할 수 없다면 아주 잠깐만 경험하고 얼른 깨우쳐, 그 속을 헤어 나오는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방심이 계속되다 보면 늘 자만과 오만심에 가득 찬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험한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수영 생활을 하면서도, 방심의 성향이 불쑥 찾아왔다. 그리고 바로 깨달았다. 물속에서는 아주 조금이라도 방심을 느끼면 안 된다는 걸 말이다.


최근 오랜만에 친한 고모와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서로 일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이 년쯤 전부터 새롭게 골프에 취미를 붙인 고모와 수영이 삶이 돼버린 조카의 취미 자랑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취미의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각자 인생에서 낙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의 한 종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한참 대화에 재미를 붙일 때, 고모의 한마디가 크게 와닿았다.


“그래도 수영은 한 번 배워두면 나중에 몸이 기억해서 곧잘 하지? 골프는 전혀 아니야, 매일매일 연습해야 하고 배울 때마다 매번 새로워.”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나 왜인지 이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며 집 가는 길에도 떠올랐다. 어느 정도 고모의 말에 동의했기 때문에, 한 번 배워두면 몸이 기억하는, 어쩌면 굉장히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수영을 지금 잘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맞아, 아무리 수영을 오래 쉬어도 몸이 기억하니 금세 감을 되찾을 수 있는 운동이 수영이야.’라며 어딘가 모를 찝찝함을 한구석에 남겨두고 그날의 생각을 잠시 멈추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수영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금 그때의 생각을 꺼내어, 곧바로 머릿속의 지우개로 지운 다음 수정했다. ‘아니야, 쉬지 않고 매일 꾸준히 연습해야 하고, 매번 배워도 새롭게 느껴지는 게 수영이야.’라고. 그리고 절대 방심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날을 계기로.


그때도 여전히 너무나도 새로운 연수반에 적응해 가며 사람들과 어울려 수영하고 있었다. 참 신기하게도, 주 5회 출석률을 유지하며 수영하고 있음에도 잘하던, 잘 되어 왔던 평영 자세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수영을 시작하고 많이 나아졌던 측만증도 갑자기 다시 드러나기 시작하며 오른쪽으로 계속해서 몸이 기울고는 했다. 또, 잘 고쳐졌던 자유형 팔의 자세가 다시 본래 나의 습관으로 돌아가는 등 총체적 난국의 날이었다. 2년가량 개인 레슨만 받다가, 정규 레슨으로 옮겨서 그런 걸까, 왜일까 곰곰이 돌이켜보며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개인에서 그룹으로 레슨 환경이 바뀐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니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어쩌면 너무 마음의 긴장을 놓고, 수영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나도 모르게 은연중 마음속으로 ‘이제는 평영도 잘 되고, 잘못된 습관들도 많이 고쳐졌으니’라는 생각을 품었던 거 같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나의 몸에도 전해진 탓에, 이전에 밴 습관들이 다시 느슨해진 틈을 타 나오기 시작했던 거다. 방심해서.


무엇이든 방심해서 좋을 건 없지만 유독 수영이 그렇다. 이제 3년 정도 수영을 하는 수영인이 되었는데도 방심은 갑자기 찾아와 잘되던 영법들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이를 피하지 못했다. 나중에 다시 고모를 만난다면 꼭 다시 말씀드리고 싶다. “고모, 제가 해보니까 수영도 골프처럼 쉬지 않고 매일 연습해야 하고, 매번 배우는 존재이더라고요. 뭐든지 다 방심하면 안 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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