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수영’의 정의

단순히 수영장 물속에서 수영하는 게 아니야

by 김혜미
지극히 개인적인 ‘수영’의 정의

이번 에세이를 쓰면서 ‘나에게 수영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 보았다. 바로 떠오르는 장면은 물속에서 매번 새롭게 배우는 영법들과 자세, 자연스럽게 물 위에 떠서 유영하는 그 순간들이다. 이는 분명 수영의 하이라이트이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나에게 수영은 단순히 수영장 물속에서 수영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았다.


‘오늘은 어떤 수영복을 입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수영복과 수모, 오리발을 내 노란 수영 가방에 집어넣는 것, 가끔 수영 전에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이나 후에 읽을 책 한 권을 고르는 등 많은 일이 존재한다. 또 일상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하나 있다면 바로, 수영하러 가는 길이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 옆 인도를 걸어서 가면 수영장에 5분 정도는 더 빠르게 도착하지만, 차들의 소음보다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숲을 걸을 때 듣는 사그작 사그작 소리를 들으며 가는 걸 더욱 좋아한다. 그렇게 늘, 느긋하게 수영장을 향해 걸어간다.


집 밖을 나와 하나의 신호등을 건너 내리막길을 향해 따라 내려가다 보면, 하천이 나온다. 다소 깨끗하지는 않은 하천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돌다리가 보이고, 돌다리를 건너 다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 동네 사람들만 주로 다니는 자그마하고 짧은 오솔길을 걷게 된다. 사그작 사그작 소리가 끝나는 지점에서, 두 개의 길이 반겨준다. 오른쪽으로 향하면 조금 더 단거리로 수영장을 향해 바로 직진할 수 있고, 왼쪽으로 향하면 작은 소나무 공원을 만날 수 있다. 주로, 시간이 부족한 날에는 당연히 오른쪽 갈래를 선택하여 빠른 걸음으로 향한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가 가득한 날에는 왼쪽 길을 선택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양 갈래의 두 길을 나는 50:50으로 너무 좋아한다. 가끔은 두 갈래에서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길을 선택해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통해서, 요즘의 기분을 파악해 볼 수도 있다. 오른쪽으로 자주 향할 때는 ‘아 요즘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구나.’, 왼쪽으로 향할 때는 ‘지금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구나.’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조용한 길을 걷고 싶어서 선택한 하천 길이었는데 지금은 그 단순한 의미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길이 되었다. 서로 구두로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주변의 공기와 나의 숨소리가 가닿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즉, 수영장으로 가는 25분의 길은 나의 편안한 친구이다.


수영하러 가는 숲길 말고도, 수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도 참 행복한 순간이다. 집으로 돌아오며 오늘 수영은 어땠는지 돌이켜 보다 잠시 벤치에 앉아서 하고 싶은 걸 한다. 할 말이 많으면 메모장을 열어 타자기를 우다다다 두드리거나 가만히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들이켜거나, 즐겨 마시는 매일 두유를 원샷하는 등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이후, 집에 돌아와서 스트레칭해보겠다는 의지와 함께 노란 매트 하나를 방에 깔아두고 스스륵 잠에 들며 그날의 수영이 온전히 끝나는 것이다.


나에게 수영은 단순히 수영장에 가서 수영만 하고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가기 전 집에서 맞이하는 행복한 고민, 절친인 숲길과 소통하는 일, 물속의 수영, 끝난 후 여유롭게 집으로 돌아와 잠에 드는 순간까지 모든 찰나의 순간이 합쳐져 완성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수영이 왜 좋은지,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렵다. 이 긴 설명을 해주려면 그 사람을 붙잡고, 최소 한 시간은 이야기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 알려주게 되면 자칫하면 혼자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수영을 경험하는 데 방해를 줄 수도 있을까 봐, 그냥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재밌어서요, 우선 한 번 꼭 수영 배워보세요. 후회 안 할 거예요!” 그 증거는 뭐, 한 번도 수영에 싫증을 느끼지 않고 3년 넘게 수영과 사랑에 빠진 내 모습이 말해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