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연결고리

수영에 빠진 이유, 7할은 나의 선생님

by 김혜미
누군가의 연결고리

간혹 그런 것들이 있다.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평생 그 세계를 모르고 지나갔을 법한 것들 말이다.


사실상 우리는 자발적으로 무언가에 섣불리 관심을 두지 못하는 꽤 수동적인 존재이다. 즉, 혼자 능동적으로 취미 생활을 찾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 하지만 간혹 우린 이 어려운 사실을 간과하고 사람들과 모이면 처음 봤던, 오래 봐 온 친구 사이든 물어본다. ‘너는 취미가 뭐야?’, ‘주말이나 종종 시간이 생기면 넌 주로 뭘 하면서 보내?’


감사하게도 내게 주어진 유일한 재능은 ‘호기심’이다. 뭐 하나 꽂히면 시간이든, 돈이든 개의치 않고 온전히 그걸 들여다본 후에야 마음속 엉켜있는 호기심 실타래들이 풀리는 기분을 맛보아야만 한다. 직접 행동으로 실행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이다. 덕분에 자칭 ‘취미 부자’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예전에는 남들도 다 나처럼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실행하며 삶을 즐기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여기저기 다양한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날수록, 오히려 주변에서는 나 같은 성격의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가끔은 유독 내가 튀어 보일 때도 있었다. 가장 많이 듣는 말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모습이 멋있다.’, ‘자기는 고민만 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였다. 한창 이 말을 빈번하게 들었을 때, ‘내가 뭘 하고 있길래 멋있다는 말을 듣는 걸까.’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난 ‘수영’에 빠져있었다.


수영을 시작하게 된 것도 호기심 덕분이었다. ‘사람들은 왜 물속을 좋아할까?’, ‘전세계의 가장 아름다운 것 70%가 바닷속에 있다면 나도 수영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 궁금증들이 하나씩 생기고 나서부터 머릿속은 근질근질했다. 이 근질거림을 못 참고, 여태껏 연고 하나 없던 동네 수영장을 바로 등록하고, 지금 우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과 함께 수영한 지 3년이 되어가는 즘, 이번 ‘할머니가 되어서도 물속을 즐길래.’ 에세이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또, ‘어쩌다 수영에 이렇게 흠뻑 빠져 평생 취미가 될 수 있었을까’에 대한 답도 얻었다. 단연코 나의 유일한 재능, ‘호기심’이 빠질 수 없지만 이 재능은 10할 중 3할만 차지한다. 나머지 7할은 망설임 없이 ‘나의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 첫 시작이 참 중요한데 운이 좋게도 첫 시작을 아주 잘 떼었다.

매번 하나씩 배움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알려주시고, 부족한 자세가 있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우리 선생님. 다시 기초부터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밑바닥의 체력을 끌어 올려주시던 선생님 덕분에 평생 수영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돌이켜 보니, ‘수영과 나’ 이 둘 사이의 연결고리는 나의 선생님이었다. 연결고리는 비단 수영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껏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취미들과 나 사이에도 늘 ‘누군가’가 연결고리를 지어주고 있었다. 그들은 가볍게 다가와 단지 나의 호기심을 두드려 주었다. ‘이번 주에 나랑 등산 갈래?’, ‘서핑도 해보는 게 어때?’, ‘이번에 여기를 다녀왔는데 진짜 추천해’, ‘주변에 브런치 하면서 책 쓴 사람이 있는데 너도 한 번 해봐’ 등 다양한 취미 부자들이 곁에 있는 덕분에 지금의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다. 먼저, 내게 마음을 열어준 연결고리 덕분에.


그래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 본받고 싶은 사람, 혹은 전혀 나랑 다른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자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로 나가려고 노력한다. 설상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아무렴 어떤가!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 것 보다, 한 번 시도해보고 ‘역시나 내 스타일이 아니었구나.’ 를 확실히 아는 게 더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가볍게 시작한 존재가 내 스타일이었다면 바로 취미 서랍장에 한 칸을 더 추가해서 반갑게 끼워주면 되는 것이고 말이다.


최근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수많은 연결고리가 빛나는 하루하루를 선물해 주어 후회 없는 삶을 보내고 있는 내가 된 것처럼, 나도 타인에게 멋진 하루를 선물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