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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Sep 19. 2023

바다와 이방인의 우정

프롤로그

프롤로그

“세계여행을 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네가 정말 편안한 게 느껴졌어.”


125일의 장기 여행을 마치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누구 할 거 없이 이들의 입에서 항상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제삼자에게도 느껴졌던 그 ‘편안함’의 근원은 편안한 ‘나만의 공간, 둘도 없는 친구, 수수한 나.’를 하나씩 찾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물속’에서 만났다는 점이다.


혼자 떠난 125일의 여정에서 외롭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늘 바다가 내 곁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바다의 이방인을 놀아주었다. 고맙게도, 심심할 틈이 없이.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갈피가 잡히지 않던 125일의 여행자였지만, 떠나고 보니 바다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반 물고기의 삶을 살고 있었다. 매일 만나는 물과의 시간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기간이었지만, 시시각각 다르게 빛나는 바다의 매력에 깊이, 더 깊숙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바다가 한없이 주는 사랑만큼, 국경을 이동할 때마다 마음 한편이 아렸다. 나중에 다시 와도 바다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을 거란 걸 알면서도, 국경을 넘더라도 국경 너머에서 새로운 친구가 날 반겨줄 거란걸 알면서도 언제나 바다와의 정을 잠시 미뤄내는 건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바다는 상실감 외에도 수많은 감정을 선물해 주는 친구이다. 덕분에 물속에서 수영을 즐기고 나올 때마다, 감정을 하나씩 낚아왔다. 지금까지 또렷이 느껴보지 못했던 ‘두려움, 설렘, 짜릿함, 황홀함, 안락함, 여유로움, 경이로움’ 등 셀 수 없이 많은 감정들이, 이제는 선명해졌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 헝가리’에서 만났던 물과의 우정을 이야기 나누려고 한다. 물 흐르듯 자연스레 바다가 내게 밀려왔듯이, 이 책을 펼쳐 본 독자의 마음에도 책의 이야기가 서서히 흘러가 마음을 요동치는 한 구절이 와닿았으면 좋겠다.


첫 장은 첫 친구를 만들었던 포르투갈로 시작된다. 그동안 안전하게 놀아준 물에 대한 고마움과 우정을 나눈 바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일렁이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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