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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을 떠나서(14)

ep. 14 아아_아이스아메리카노

by 에미꾸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마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싶다. 추운 날 몸을 데우기 위한 따뜻한 커피를 마실 때나 특별히 카페에 가서 스페셜 원두로 향기로운 드립커피를 마실 때 말고는 나도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우리는 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커피의 나라에 왔으니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좀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고 난 뒤 친구, 가족, 커피를 공부하고 있는 전문가에게 '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우리는 왜 이 음료에 열광할까?



유럽에서는 caffe(카페)가 우리가 알고 있는 espresso(에스프레소)다. 반면 우리가 커피를 떠올리면 '아메리카노'가 연상된다. 사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커피 하면 '믹스커피'가 연상되었다. 인스턴트 알커피와 설탕, 프림(유지방)을 섞은 커피로 어릴 때 어른들이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면 제발 한 입만 남겨달라고 졸라서 혀에 살짝 닿을 정도의 양만 물려받곤(?) 했다. 잔을 거의 핥아먹고 컵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마셨었다. '1990년대부터 커피문화가 급격히 발달하고 이때 우리는 미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아메리카노가 자리 잡았다. 또한 각성을 위한 카페인 섭취를 위해 커피를 마시니 뜨거운 커피보다 아이스커피가 조심하지 않고 빨리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점차 발전하지 않았을까'라고 커피 공부를 하는 친구가 얘기했으니 자신 있게 적어 내려가 본다.


또한 우리는 보리차라는 어릴 때부터 마시던 익숙한 차가 있는데, 마치 보리차처럼 큰 커피를 사서 하루종일 일하며 물처럼 마실수도 있겠다. 답답할 때 시원한 물 한잔처럼 일하며 곤할 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다시 힘을 내 일을 해보는 이전에 막걸리가 맡았던 역할을 커피가 대신하고 있진 않을까.


유럽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가 쉽지 않다. 얼음 음료를 먹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커피숍에서 얼음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고 아주 적은 얼음 음료 메뉴가 있다. '샤케라또'라는 그나마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커피가 있는데, 이것도 칵테일을 만드는 셰이커에 커피와 얼음, 설탕을 넣고 흔든 뒤 얼음을 뺀 음료만 마신다. 나폴리 지역에서 에스프레소와 설탕을 섞어 미리 차갑게 냉장고에 숙성한 뒤 먹는 커피도 있다. 대체로 정성을 다해 내린 그 맛과 향의 집약체(에스프레소)에 물이나 얼음을 섞어 맛을 변질시킨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더럽게 맛없게 만든다. 그 음료에 대한 애정도 이해도 없으니 그냥 에스프레소에 물과 얼음을 막 섞어준다. 아메리카노 주문 후 많은 실패를 겪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커피(에스프레소)가 한잔에 3유로를 넘었기 때문에 카페를 한 번도 안 가고 집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침엔 스팀우유를 살짝 섞은 카페마끼아또를 마시고 점심을 먹고는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이탈리아 사람'인 그는 내가 이 커피를 마시는 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존중은 해주었기 때문에 나중엔 나보다 맛있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주었다.


하도 실패를 겪다 보니 카페에 가면 나도 에스프레소만 마셨는데, 작년에 한달살이를 한 'Piacenza'(피아첸차)에서 한국인들의 '아아'에 대한 집념을 보게 되었다. 에스프레소 룽고(길게 뺀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얼음잔과 물 한 병을 시킨다. 그리고 직접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조제해서 먹는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렇게 주문하다 보니 카페에서도 한국사람의 취향을 알게 되고 그 뒤로 어설프게 주문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완벽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키트를 가져다준다. 한국인들은 맛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서 좋고 '아아'를 마실 수 있는 곳을 계속 찾는다. 카페 입장에서는 일반 커피보다 비싼 커피에 물까지 한병 더 시키고 지속적으로 손님이 방문하니 상부상조다. 맛있는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밀라노에 와서 새로 출석하게 된 한인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새 신자라 목사님과 여러 어른들과 같이 식사를 하였다. 이탈리아 답게 식사 후 코스처럼 커피와 돌체(달달한 간식)까지 있었는데, 교회 커피를 마시고 충격을 받았다. 내가 태어나서 먹어 본 커피 중 제일 맛있었다. 옆에 앉으신 분이 씩 웃으시더니 "맛있지?"하고 물으셨다. 태어나서 이런 건 처음 먹어본다 도대체 뭘로 누가 어떻게 한 거냐.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원래 칭찬은 호들갑을 좀 떨어야 한다. 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커피 선교부가 내린 커피인데 담당하시는 분이 꽤나 유명한 바리스타셨다. 커피봉사를 하는 팀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넌지시 듣자마자 "제가 갈래요. 저 하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렸다.



식사를 마친 후 담당자분을 소개해주시면서 커피를 한 잔 더 얻어마셨다. 이 날 하루종일 커피에 대한 글을 써야지 하고 초안을 쓰고 커피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다음 주부터 커피봉사를 한다. 좋아하고 마실줄만 알지 내릴 줄 모른다고 말씀드리고 연락처를 알려드린 후 신나는 발걸음으로 한 시간을 걸어 내 방으로 돌아왔다. 코로나 팬더믹 때 모든 일을 잃고 일을 잃은 김에 다른 삶을 생각했을 때 후보에 '카페 차리기'와 '1인 술집 차리기'가 있었다. 경험도 해보지 않고 도전하는 건 어리석다 생각해서 돈 벌면서 경험하자 싶어 카페알바를 두 달 호프집 알바는 다섯 달을 했다. 알바를 시작하자마자 꿈을 잃었다.(웃음)



성악전공자기 때문에 당연히 전공을 살리는 봉사만 해왔다. 물론 노래나 지휘도 재밌고 기회에 오면 당연히 노래를 할 테지만 지금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계산 없이 맑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일과 봉사를 하게 됐다. 그러니 설렘과 함께 다음 주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주문하면 나오는 에스프레소, 아침에 주로 마셨던 카페 마끼아또(마끼아또는 이탈리아어로 '얼룩진'이라는 뜻), 피아첸차에서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일요일에 마신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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