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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린

#물음표 #느낌표

by 헤이민 HEYMIN


물음표와 느낌표를 테이블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방향은 자연스레 인생으로 흘러간다. 질문과 깨달음의 언어가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 유쾌한 생각과 묵직한 생각이 단음과 장음처럼 어우러져 우리의 언어를 타고 삶소리를 만든다.


인생은 물음표의 연속이라는 진리의 언어와, 그 말을 들으니 파도가 떠오른다는 비유의 언어와, 물음표가 많으면 그린라이트에 가깝다는 확률의 언어와, 끼니와 안녕을 묻는 인사치레도 좋은 거라는 다정의 언어와, 인생의 물음표에 언제나 답이 있지 않다는 모순의 언어와, 시간과 경험이 쌓이면 자연히 안다는 이치의 언어와, 크면 안다던 어른들의 말이 다 옳았다는 수긍의 언어.


연 이은 언어의 뒤를 쫓으며 살금살금 삶소리를 줍는다. 눈으로 담고, 귀로 담고, 정신으로 담는다. 모여 앉은 우리 앞에 떨어지는 언어의 편린을 잔뜩 모아다, 양지바른 곳에 말리는 상상을 한다. 반짝반짝, 저마다 흘리고 간 비늘조각은 거울이 되어 햇빛을 삼켰다 뱉는다. 부서지며 산란하는 빛의 편린이 시시각각 찬란하다.




우리는 물고기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닮은 수 만 개의 편린을 몸에 달고 그것으로 무수한 소리를 듣는 물고기. 낡은 비늘은 밤 사이 아무도 모르게 떨어질 것이고, 새로 난 비늘은 한동안 몸에 붙어 쓰임을 다할 것이다. 해묵은 질문은 깨달으면 육체로부터 탈락할 것이고, 새로운 질문은 답에 비스무리한 걸 찾을 때까지 꼼짝없이 정신에 붙어 사유를 중독시킬 것이다.


물고기에게 묻는다. 불쑥 너의 시야를 찌르고 나타난 낚싯바늘도, 거꾸로 뒤집은 물음표 모양인 걸 아느냐고. 그것을 한 입 뻐끔하며 물어보는 것이, 그것이 과연 좋은 시도냐 아니냐 하는 것은, 몸을 던져 물어봐야 아는 것이다. 우리는 위험이라 배운 그것이, 실은 위험이 아닐 수 있다. 잠시 바늘에 찔려 입안 가득 고통이 번져도 막상 뭍으로 올라간 생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니 우리, 바늘을 두려워 말자. 물음표를 두려워 말자. 무수한 질문을 꽉 물고 늘어져 보자. 뭍으로 갈 때까지, 편린이 햇빛을 삼킬 때까지, 찬란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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