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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의 세계

#지극(至極) #지긋지긋

by 헤이민 HEYMIN


다섯 살 아이가 북극이 무어냐 물었을 때,
주저 없이 뱉은 단어는 사랑이었다.


그곳은 말이지,
커다란 얼음마저 뚫어 버리는
위대한 생명이 뿌리 내리는
지구의 투명한 정수리란다.


얼음 사이사이 촘촘히 사랑사슬이 존재하는,
사냥과 생존의 터라고 일러주었다.


당신이 북극을 안다고 생각하는 건,
참으로 지긋지긋한 일인지 모른다.


거대한 북극빙하엔 수많은 지극이 동면하고
평생 탐험해도 모자랄 극치의 언어가 깃든다.


북극을 정의하는 건,
사랑의 맨 살을 느끼는 일이다.
사랑하는 이의 정수리를 쓰다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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