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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잼 유통기한

#가성비 #가심비

by 헤이민 HEYMIN


삼 년 전

원 쁠 원에 산 딸기잼이

곰팡이 하나 피지 않은 채,

냉장고에 머무는 일을 생각한다.


참으로 재미난 녀석이지,

유통기한을 제멋대로 늘리고,

상하지 않은 척, 먹어도 되는 척,

궁둥이 아프도록 눌러 앉아 있다니.


작은방 서랍에서 공구함을 꺼내,

한참을 뒤적여 묵직한 줄자를 꺼낸다.

늘어난 유통기한 길이를 재려다,

아이쿠, 날에 새끼손가락이 베인다.


피가 방울방울 떨어진다.

붉고 투명한 잼 위로, 하필.


피식 -

피식 -


피와 살이 아니라

피와 잼이라는,

우스운 조합에 대해 생각하다,

기어코 터지고 만 두 번의 실소.


결국 늘어난 길이는 모르기로,

있던 자리에 다시 두고,

이것이 언제까지 이것일지 지켜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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