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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레시피

#소울푸드 #소울메이트

by 헤이민 HEYMIN


자, 오늘 준비한 재료는 운명이구요, 저는 살짝 데쳐서 중불에 볶는 걸 좋아해요. 싱거울 땐 묵은 애간장을 더해요. 한 술만 넣어도 간이 좋거든요.


요리수업에 가면 수강생들이 그래요, 운명은 참 다루기 까다롭다구요. 하지만 그렇지만도 않아요. 3분만 조리해도 맛이 나고, 3시간 공 들여 조리해도 맛이 나는 게 운명이거든요.


결국 믿어야 해요. 살짝 데치든, 푹 익히든, 장에 재우든, 맛있을 거란 믿음. 마침내 허기는 해결될 거란 믿음.


도마 위에 누운 재료도 다 알아요, 요리사가 나를 얼마나 정성껏 다룰지, 어떤 한 끼로 재탄생할지, 바라보는 눈빛과 칼 쥐는 폼만 봐도 알아요.


그래도 지금 하는 얘기 너무 신경 쓰진 마요. 내 멋대로 내 맛대로 요리하는 것 역시 운명이니까요. 원래 그런 거니까요. 그러니 겁내지 말고 운명에게 운명을 맡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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