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 #명당
황순원의 소나기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유를 생각해
글마다 명당이 있다는데
거기가 가장 탁월한 자리였을까.
청춘이 다 되어 배우면 늦으니
풋내 나는 청사과일 적
열다섯 교과서 갈피로
어린 여름을 흠뻑 적시려던
어른들의 음모는 아니었을까.
코 끝 얼얼한 풋내에 가려진
어린 소년과 소녀의 소나기 뒤 흙내음을
이제와 어른 흉내 낸 얼굴로
다시 가서 킁킁거리는 청춘의 끝자락.
소나기는 사랑 밑 개울을 흐르게 하고
한 철 나의 소년과 소녀는
개울을 타고 한없이 미끄러진다
끝없이, 끊임없이, 사라질 물길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