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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지답다는 것

#흘러야만하는것 #고일수밖에없는것

by 헤이민 HEYMIN


다 흐르는 유수지에 흐르지 않는 고약한 것이 있다. 찌릿한 물비린내는 백걸음 물러서도 아주 성가시게 관자놀이를 찌른다.


함박눈이라도 내리면 냄새도 단디 언 얼음이 될까. 그럼 그때는 유수지라 할 수 있을까, 꽁꽁 언 여기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 나만 달리 불러도 될까. 봄이 되고 얼음이 녹으면 다시 유수지가 되는 걸까.


이대로는 견디기 어려워 쇼핑몰 검색창에 마스크를 검색하고, 별점 높은 순으로 정렬을 누르고, 가장 상단에 있는 녀석으로 장바구니 담기. 그저 담아두기만.


냄새 때문에 낭만도 도망간 터라 여겼는데, 그 옆에 길쭉한 가로수 생기를 흠뻑 맡고선, 이내 밀려드는 부끄러움. 물비린내 쯤은 아무것도 아닌지도.


그래, 흘러야만 하는 것이 있고 고일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간밤에 괴롭던 것은 저만치 물러갔고, 오래전 괴롭던 것은 옆구리 혹처럼 매달려 있듯.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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