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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씨 Jun 24. 2017

'건축'으로 배운 UX&UI의 개념

부제. 건축학과를 나와서 다행인 이유.


왜 '건축'이야?


 나는 5년 동안 건축학과를 다니다가 졸업을 앞두고 UX/UI로 전향한 경우다. 그래서 지금은 설계사무소가 아닌 따끈따끈한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근무 중이다.


떠들고 싶은 그 많은 주제들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UX/UI를 처음 접했거나 어떻게 시작해야는지 고민 중인 분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건축이라는 단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 UX/UI 기획자로서, 또 디자이너로서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더불어 '건축=건물 짓기'라는 일반적인 해석이 얼마나 좁은 시각인지도 함께 알아간다면 좋을 거 같다.) 이건 그냥 백 프로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이니 조금은 진지하지 않게 들어도 괜찮다.




그래서 배운 게 뭔데?


 난 건축을 통해 UX/UI의 기본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유인즉 건축설계의 과정이 디바이스의 UX/UI를 이루어가는 과정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조금 진부한 접근이긴 하지만 단어의 정의로 접근을 해보자! 초록색 검색 박스에 '건축'이라는 두 글자를 검색해보았다. 아래는 두 단어의 검색에 대한 결과값이다.


[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찾은 '건축'의 정의 ]


 이 짧은 두 줄만 봐도 건축이란 영역 안에 UX/UI의 개념이 어느정도 녹아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이 문장 속에서 뽑은 '구조물'과 '목적'이라는 두 단어를 가지고 '건축'과 'UX/UI'의 퍼즐 맞추기를 해볼까 한다.




1. '구조물'


 '구조물'이란 단어는 UX/UI가 서로 만나는 모습과 같다. UX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붉은선이라고 봤을 때(이동하는 길에 붉은 실을 풀면서 간다고 생각하자.) 하나의 면인 UI 안에는 수많은 붉은선(UX)들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선들이 모여 엄청나게 복잡하고 유기적인 구조물을 이룬다. 즉, UX가 반영된 UI들이 모여서 이루는 일련의 flow가 곧 '집, 성, 다리' 따위의 구조물과 같은 셈이다.  


그리고 이 붉은선들을 건축설계에서는 '동선'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걸어서 움직이는 선이자,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의미한다. 그리고 앞서 '면'이라고 이야기한 'UI(GUI)'는 하나의 '방이나 공간'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 침실이 될 수도 있고, 강의실이 될 수도 있고, 공연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더 빠른 이해를 위해 쉬운 예를 하나 남겨두겠다.


Ex. '집'에서 찾을 수 있는 UX/UI

- UI : 침실, 거실, 주방 등의 단위 공간

- UX : 기상, 세수, 식사 등의 행위와 그 행위들의 인과관계에 의한 연속

- UX/UI flow :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 세수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이동. (침실->화장실)  


[ 그림1. 어느 주택의 건축평면도 ]



2. '목적'


 우리는 UX/UI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디자이너나 기획자라고 부른다. 건축도 하나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기획'의 단계를 무조건 거쳐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건축가 역시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투잡의 자리이다. 물론 종종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그건 그냥 건축주가 어느 잡지를 보고 "이 집이랑 똑같이 지어주세요!"라고 요구했거나, 대학가에서 월세 장사로 돈 버는 건물주가 그 옆에 똑같은 원룸건물을 하나 더 복+붙하겠다고 요구하는 경우들이다. 이런 일은 크게 기획력을 요구하지 않지만, 보통의 건축설계에서 기획이란 꼭 필요한 첫 순서이다.


 집을 짓기 전, 건축가는 '대지 분석'을 통해 주변의 환경을 살핀다. 그리고 '이 공간에 살 사람 또는 이용할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 프로젝트의 줄기가 될 수 있는 '컨셉'을 설정한다. 즉, 앞으로 지어질 건물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 건물이 가져야 하는 조건과 목적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을 무사히 지나야만 비로소 이 땅에 어울리는, 사용자를 이해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할 말 많은 건축물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은 마치 내가 이 스타트업에서 UX/UI 디자이너로서 앱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 마켓 리서치, 사용자 분석, 프로토타입, 플로우 차트... 등 사용하는 용어와 툴만 다를 뿐이지, 구조물을 이루는 선과 면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목적을 위해 '정답 아닌 가장 나은 답'을 찾아가는 모습은 분명 닮아있다!


 아래의 조닝 다이어그램이나 스케치는 모바일 UX/UI를 기획하면서 그리는 와이어프레임 스케치와 비슷한 친구들이다. 절대 빠질 수 없는 단계이다.


*조닝(Zoning) : 건축설계에서 공간을 사용용도나 기능 별로 나누어 배치하는 일.



[ 그림2. '대지분석(Site Analysis)'을 도식화하여 나타낸 컨셉 평면도 ]



[그림3. 조닝(Zoning) 버블다이어그램 ]


[ 그림4. Healthy Eating App 와이어프레임 / 유저플로우,  by. Sarah Tanner ]






건축은 공간 간의 유기적인 관계와 그 안에서 발생되는 동선들의 위계를 정하고 질서를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는 바로 이 과정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붉은선(UX)'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이런 고민을 통해 나온 대안들은 또다시 저울 위에 놓인다. 기획단계에서 설정한 '구조물의 조건과 목적'에 가장 극적으로, 효율적으로 부합하는 최상의 것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

건축가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 이 공간에 처음 들어선 사람이 느끼는 감정, 기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 어떻게 하면 이 공간에 오래 머물러도 질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새롭게 느낄 수 있을까?"

...

이런 질문들은 마치 나와 같은 앱을 기획하는 UX/UI 디자이너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비슷하다.

" 이 앱을 처음 다운로드한 사람들이 바로 지우지 않게 하는 매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

" 어떻게 하면 이 앱을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 "

...


 나열한 질문들을 다시 살펴보면 '사용자가 어떻게 느낄 것인가?'하는 하나의 큰 질문으로 묶인다. 결국 건축가나 UX/UI 디자이너가 만드는 구조물의 목적은 사용자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일이다. 사용자가 느끼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과 편리한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거나... 또는 사용자가 기존에 느끼지 못한 색다른 감정과 분위기에 노출될 수 있도록 특색 있는 공간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일 - 그것이 바로 건축과 UX/UI 영역이 서로 통하는 줄기일 것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구조물을 구축하는 일'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면, 건축과 UX/UI는 '어떤 목적을 위해 구조물을 구축하는 일'이다. 그 목적은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리함과 신선함을 찾는 것이며, 구조물은 사용자가 지나갈 수 있는 수많은 길과 공간이 만나는 유기적인 구조로 이루어진다. 이때 사용자가 가장 쉽고 빠르게 편리함 or 신선함에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고민하고 제안하는 것이 바로 건축가와 UX/UI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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