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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틴 Dec 17. 2020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보는 기술

신분당선 지하철 역사로 진입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섰다. 좌우 벽을 보니 익숙한 조명이 보인다.

얼마 전, 방 전등이 고장 났는데 전구를 갈아도 내내 깜빡거렸다. 결국 사람을 불러 LED 전등으로 바꾸었는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보이던 조명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지하철 역사 내부 천장과 벽 모두 똑같은 등이다.




새로운 조명을 설치한 뒤 방은 훨씬 환해졌고 분위기마저 달라졌다. 이렇게 특별했던 조명은 알고 보니 모든 곳에 설치된 흔한 것이었다. 방에 설치할 때만 해도 처음 봤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늘 내 시선이 닿는 곳에 있던 물건이었다니. 우리 삶에서 이렇게 지나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많은 것들이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익숙하게 지나친다. 내게 특별한 것이 아니면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 연인은 특별하고 내가 근무하는 회사도 그렇다. 회사명만 알고 있을 때, 면접을 봤을 때보다 직원이 되었을 때가 내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특별하다는 건 이렇듯 대상에 대해 깊이 알게 될 기회를 가지게 되었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특별한 사람, 공간,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는 어느새 익숙해지고 싫증을 내기도 한다. 익숙함을 벗어나고 싶어서 또다시 특별함을 찾는다. 그렇지만 다시 익숙해질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특별하게 만들었지만 몇 달 사이에 익숙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마스크는 제2의 피부가 되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세상을 뒤바꾼 특별한 바이러스는 평범하던 삶을 뒤틀며 일상을 속속들이 살피라고 주문한다. 쓸모없는 것들,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것들, 사용이 불가피해진 것들 등. 흐릿하던 것들이 분명 해지며 거품이 걷히고 대수롭지 않던 것들은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것들이 특별해지고 특별했던 것이 빛을 잃는다. 특별과 평범은 더 이상 양극단의 것들이 아니다. 점심식사 후 동료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퇴근 후 맥주 한 잔을 했던 일들은 평범에서 특별로 이동하고 있다. 재택근무라는 특별함도 어느덧 평범의 범주로 들어서고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떤 상황이라도 모두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독자적인 기준에 따라 특별과 평범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자기 자식은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이듯 말이다.


지하철 역사의 전등이 내 방의 것과 같은 것임을 알고 나니, 어느 것이 더 특별하다거나 덜 특별하지 않다. 내가 보낸 오늘 하루는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그저 우리 모두의 일상이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보는 기술이란,
어쩌면 평범과 특별의 기준을 내려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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