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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틴 Dec 31. 2020

서비스의 본질은 무엇인가?

거주하는 건물 1층에 상가 공간이 있다. 한동안 비어있더니 언제부턴가 조금씩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문과 벽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안에서 공사하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지날 때마다 무엇이 들어설지 궁금해서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지난 주엔 인부들이 기존 구조물을 뜯는가 싶더니 어느새 전기배선 공사를 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천장과 벽이 정리되고 한 구석에 ㄱ자 파티션이 놓여있었다. 내 가게도 아니지만 매일 조금씩 만들어지는 모습에 어쩐지 흥미가 솟는다. 여기가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알았다면 이렇게 관찰을 했을까? 보통 홍보를 위해 간판부터 걸어놓던데 여기 주인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보이는 정보들로 이런저런 추측을 해본다. 성인의 허리 남짓한 높이의 파티션은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을 손님의 구역과 분리시킬 목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방 시설이 들어오기엔 공간이 넓지 않다. 커피숍? 귀금속 매장? 휴대폰 대리점? 힌트가 더 필요하다.


간판을 제외하면, 이 가게가 무엇을 취급하는지 알 수 있는 확실한 힌트는 무엇일까? 음식점이라면 테이블과 의자일테고 미용실이라면 벽거울과 미용실 의자, 귀금속 매장과 휴대폰 대리점은 물건을 진열하는 진열대 정도가 될 것 같다. 이것들은 서비스 또는 제품의 본질과 연결된다.


미용실의 벽거울은 손님의 헤어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 아름답다 등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관점이며 해석이다. 해석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가 거울인 거다. 마찬가지로 음식에 대한 호불호도 개인의 생각이며, 이 경험을 돕기위해서 테이블과 의자가 필요하다.

본질이나 핵심은 대부분 혼자 있지 않는다. 다른 것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거나 상반되는 것과 함께다. 대부분의 리더와 관리자들은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손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이 우리 서비스에서 무엇을 얻고싶어 하는지를 알아내려면 철저하게 손님이 되어야 한다. 부차적인 것들로 손님을 끌어들이기엔 한계가 있으며 본질에 집중한 서비스와 제품은 고객의 선택을 받게 되어있다.


심지어 본질을 한 발 앞서 사람들이 필요로 할 것까지 철저하게 예측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 대다수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때문에 만들어서 눈 앞에 보여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몸 담았던 회사의 서비스를 생각해본다. 중고차 직거래를 위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일까? 투명한 매물이나 딜러가 끼지않아 저렴한 가격 등은 본질의 들러리다. 직거래의 본질은 신뢰다. 사람들은 이 신뢰를 딜러에게 얻어왔다. 알고보면 차에 문제가 발견되도 딜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딜러의 존재에 안심하며 돈을 내 놓는다.

하지만 본질에만 심취한 나머지 사용자들의 오랜 관습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독창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일례로 본질'만' 강조하던 어느 스타트업 CEO는 기획, 디자인 실무자들의 의견을 배제하며 프로젝트를 강행했으나 결과적으로 본질도 사용성도 부재한 서비스를 낳고 말았다.

(물론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스티브 잡스의 제품들은 예외로 하자 :D)


며칠만 더 지나면 가게의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이 가게는 본질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매일 관찰하며 예상이 맞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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