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어필과 회사 탐색
판교 테크노밸리의 어느 건물에 들어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숫자 8을 누른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시각이지만 엘리베이터 안은 불빛이 환하다. 익숙한 기계음 목소리가 ‘8층’이라고 알려준다. 문이 열리고 어색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어떤 장식도 없는 하얀 벽이 보인다. 코끝에서 새 건물 특유의 냄새를 감지했다. 고개를 돌려 입구를 찾았고 오른편에 유리문이 활짝 열려있다. 입구로 들어서니 로비로 짐작되는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로비 한가운데 연두색 소파가 벽을 따라붙어있고 앞에는 하얀색 원형 탁자가 줄지어 놓여있다. 소파 옆에는 내 키보다 큰 화분이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다. 약속한 시간 10분 전인 5시 50분이다. 연락하기에 아주 적당한 시각이다. 소파에서 여유를 부리려던 생각을 멈추고 그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가는 사이, 시선은 주변을 계속 탐색한다. 로비를 중심으로 좌우에 폭이 넓은 복도가 이어져 있다.
"여보세요?"
휴대폰으로 낯선 목소리가 넘어왔다.
"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 보러 온 최혜나입니다."
이런 말을 지금까지 몇 번째 내뱉었을까? 그렇다. 나는 오늘도 면접을 보러 왔다.
이제부터 철저히 세일즈 모드로 돌입한다. 신입이 아닌 이상, 일만 주면 무조건 다 맞추겠다는 절실함이나 의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차가 쌓인 경력자일수록 나만의 매력을 뾰족하게 드러내야 한다. 사전에 회사와 직무에 관련된 정보를 숙지해두고 나만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게 준비한다. 사실 면접 노하우란 건 특별한 게 아니다. 상대가 원하는 걸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현실에선 매너 없는 면접관들도 많다. '실례지만 결혼은 하셨어요? 앞으로 결혼 계획은 있으세요?'라고 묻는 사람은 양반이다. 자신의 소개는 건너뛴 채 질문 공세를 펼치거나 약점을 잡았다 싶으면 말꼬리를 잡고 물어 흔든다. 멘탈을 시험해보고 싶은 건지 위기대응력을 보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섭게 공격하는 면접관도 여럿 겪었다.
또, 채용공고엔 언급도 없었는데 면접 결과를 알려주면서 과제를 내는 회사도 있었다. 확신이 부족하니 검증을 해보고 싶었겠지만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게다가 과제 내용도 경영지원팀에서 전화로 설명한 게 전부였는데 마감일은 별도의 '문자'로 통보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더 지체할 것도 없다. 나도 입사지원을 취소하겠다고 '문자'로 맞대응했다.
면접관은 회사의 얼굴과도 같고 채용절차는 회사의 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된다. 지원자에게 소위 '갑질'하는 곳은 직접 근무하며 겪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직원들과 어떻게 업무 진행을 해왔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지원자에게 면접이란 1시간 내외로 회사와 구성원들을 샅샅이 탐구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첫자리에서 아무리 탐색한다 해도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나와 최소한의 핏이 맞는지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핏이 맞는지를 판단하는 건 오로지 개인적인 기준에 달렸다. 내 경우, 회사 분위기가 너무 보수적이지 않길 바랬다. 체계를 중시하는 딱딱함보다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유연성을 선호했다. 야근도 강요가 아닌, 일을 못 끝냈다면 늦게까지 하고 가는 개념으로 본다. 이런 성향을 지녔기에 자연스럽게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선호하게 되었다.
물론 규모가 작다고 해서 모든 회사가 자유로운 분위기일거란 생각은 위험하다. 이런 것들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면접이다. 면접관에게 질문하여 최대한 구체적인 답을 얻자. 뉘앙스나 비언어적인 요소들도 주목하면 더 정확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자기 어필과 회사 탐색 시간을 잘 배분해서
나와 핏이 맞는지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