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절실한 사람은 누구일까?

면접관과 면접자의 입장 차

by 크리스틴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으면 잘못된 것일까?




어느 면접 자리에서, 면접관이자 회사의 대표에게 인상 깊은 멘트를 들었다.

"혜나님, 여러 가지 일을 하신 건 다 좋은데, 이력서에서 절실함이 안 느껴졌어요."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얘기에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직무를 위해 꾸준히 파고든 흔적이나 장인의 느낌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는 면접을 많이 보고 사람을 많이 겪어본 자신만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고개를 잠시 갸우뚱하다가 끄덕였다. 동의하지 않으면서 동의한다. 절실했기에 그 많은 면접과 시도를 하며 내 길을 찾으려 한 것이고, 절실하지 않았기에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었다.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네요."

그 순간 나의 공감력이 앞섰다. 몇 가지 단서들로 나는 선택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스타트업 초기에 팀을 꾸리는 상황이라 온전히 회사에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아마 내 입과 눈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었을 게다. AI가 데이터베이스에서 최상의 답을 고르듯이 내 입은 시기적절한 답을 뱉었지만, 내 눈은 진정 원하는 삶에 대한 진심을 숨기지 못했다. 여기서 완벽한 AI가 되는 건 실패했다.



회사에 대한 절실함, 직무에 대한 절실함은 다르다는 걸 이미 겪었다. 말하자면 '회사'는 겉모습이나 외적인 환경에 대한 부분이고, '직무'는 내적인 요소에 가깝다. 규모도 있고 연봉이 괜찮은 회사인데 직무는 익숙하지 않거나,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회사가 절실하다는 돈이 절실하다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 절실하니 어디라도 들어가야 한다. 입사를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자세를 동반한다. 이것은 과연 진정한 절실함인가? 절실함에도 옳고 그름이 있을까? 직무에 대한, 경력에 대한 절실함은 목표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 잘 해내고 익숙해지겠다는 의지가 포함된다.



연차가 쌓이고 경력이 올라가면 그것도 돈과 직결된다. 그러나 실력과 능력에 포커스를 둔다.

이력서에서 절실함을 판단할 수 있는 요소는 근속기간과 이직 횟수, 포지션이었다. 하나의 직무로 근속기간이 길고 이직 횟수가 적은 사람이라면 절실하게 일을 한 것일까?


'절실하다면 오래 지속한다'라는 전제가 깔렸다. 반대로, 다음 달 카드대금 때문에 오래 지속해야 하는 사람은 과연 절실한 것일까? 내 눈에 이 면접관은 오류에 빠진 걸로 보였다.


입사해서 회사의 일을 '절실하게' 해 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직원을 움직이는 절실함은 자기 발전 욕구와 보상에서 나온다. 나는 면접에서 대표의 무거운 절실함을 보고 나왔다. 면접자인 나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그의 말대로 나는 절실하지 않았다.


회사의 대표 혹은 보상이 약속된 직원이 아니고서야,
직원은 대표와 같은 종류의 절실함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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