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새로운 곳을 향해가며
치료 일년에 이어 관리 일년..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내게 주어진 생명의 힘과 삶의 가치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그저 생존에 급급했던 생활이,
잊었던 꿈을 되새기고 더나은 생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엄마, 아내가 아니라
마흔다섯 한 여자, 내가 오롯이 주인공 되는 무대에 올랐음을
다시금 떠올리며 남은 생을 계획하기로 했다.
진취적이지만 무모하지 않고
희망적이지만 막연하지 않고
남들보다 늦더라도 결코 나태하지 않은..
내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더 오랜 삶을 준비한다.
먼저, 오랫동안 손놓았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23년 한해를 기억하고
나만의 루틴을 찾기위해 시작한 브런치를 계기로,
스무살 무렵에 끄적인 습작을 돌아보고
마흔이 넘은 지금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로하며
나는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작가가 꿈이라는 딸아이의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의 좋은 작품 하나는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엄마의 삶과 흔적을 글로 물려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딸을 위한 좋은 글, 이것은 일종의 사명이 되었다.
다음으로,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했다.
대학시절 지방의 논술교육원에 입사하며 중고등 학생들에게
고전과 현대문학을 가르쳤던 나는, 이후 카피라이터로 전향하며
독서와 교육에 대한 열정을 까마득히 잊고 살아왔다.
그러다 최근, 딸아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취미를 갖고
그런 아이를 이끌어주기 위해 논술 관련된 몇권의 책을 읽고나니
다시금 아이들과의 수업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무수한 장애와 장벽에 둘러싸여 어른들은 미처 깨닫지 못한 진리를..
순수하고 자유로운 아이들의 말과 글을 통해 세상에 내놓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행복을 준다.
마지막으로, 항상 목말랐던 배움에 직면하기로 했다.
지방의 국립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서, 가장 먼저 응시했던 곳이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였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고
MBC 아카데미의 시나리오 작가과정을 마쳤지만, 내게는 언제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돈벌이를 벗어나 순수하게 작품과 학문에
대해 이야기나눌 수 있는 곳..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에게 공유하는 곳.. 그래서 나는 26년 다시금 진학을 목표로
올 한해 크고작은 준비를 해나가려 한다.
목표와 희망, 그리고 계획이라는 이름은
너무나 달콤하지만.. 때로 이어지는 실패와 좌절로
심지는 흔들리고 의욕은 고갈되기 마련이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고, 평화가 있으면 불화도 있다.
나는 내 남은 새로운 생을 준비하며,
불편한 진실과 불안한 현실을 직시할 것이고
이것은 나를 더욱 단단하고 강인하게 만들어
삶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