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 나는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
7월 수술을 마치고 한두달 회복하는 것을 지켜본 엄마와 동생은,
9월 추석을 맞아 친정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나는 아침저녁으로
샐러드에 기초한 식사를 챙겼으며, 살림과 육아를 직접 하기 시작했고,
독서와 산책을 취미 삼아 나만의 일상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 사이 석달동안 매일같이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본원에 다녀왔다.
근 일년가량 손놓고 있었던 집안일과 아이들의 일과를 다시 챙기려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제 조금씩 복구되는 내 삶에 묘한 기대와 설레임도
있어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봄날의 새순이 돋듯이, 힘차게 자라나는
머리카락이 내 인생 2막에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것 같아, 가슴 벅찼다.
반삭에 가까운 숏컷임에도 자신감을 얻어 모자를 벗어던졌고
지인들을 만나 브런치와 티타임을 조금씩 늘려가며 일상에 복귀할 것을
예고했으며, 집안 묵은 먼지를 쓸고 닦는 일에 열중하며 행복을 느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양치를 하고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신다.
신랑의 간단한 아침과 아이들의 등원을 준비하고,
이들이 출근, 등교, 등원을 마친 9시면 나를 위한 하루를 시작했다.
식구들이 남기고 간 밥을 먹던 나는 이제, 계란을 삶고 사과를 자르며
온전히 나를 위한 새로운 샐러드 접시를 플레이팅한다.
소파에 누워서 릴스와 숏컷을 보던 나는 이제, 하천을 걷고
런닝머신을 뛰며 내 몸을 깨우는 시간을 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책장을 다시 열고,
눈을 뜨고 감는 하루 모든 시간을 좋은 음악과 함께 한다.
일주일에 두세번 야채를 세척, 손질하고 밀프랩을 만들어두는 일이나
나태와 권태를 물리치고 독서, 운동으로 나아가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치료 당시 여러 책을 통해 전문가, 경험자들의 관리법을 새겨두었지만,
막상 생활에 접목하려 하니 나와 맞지 않거나 번거롭고 불편한 것들이 많았다.
그나마 내게 적합한 것을 찾아, 미온수, 샐러드, 걷기 등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습관을 만들어가니 큰탈없이 지켜올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건강이다.
아프기 전에 나는, 매일 아침이 짜증나고 힘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팠다. 집에 혼자 있을 때도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고, 의미없는 인간관계에 집착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한바탕 앓고 난 뒤에 나는, 내 마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항암 당시, 동생에게 선물받은 '감사일기'를 쓰면서..
햇살, 바람 등 일상의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시기, 질투 등 사람의 지나친 욕심을 채우려 더는 노력하지 않는다.
물론, 치료를 마치고 2년차로 접어든 현재의 나는
막 진단받고 표준치료를 좆아가던 당시의 나보다는 걱정과 불안을
많이 내려놓고, 때로는 게으름도 피우지만..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며, 가장 우선되는 존재로
사랑해 줄 것은 잊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