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w 05.

감사 : 무탈한 일상, 온전한 인생에 감사하자

by 선물같은 오늘

치료를 마치고 일상에 복귀해서, 가장 감회가 새로운 것이

아이들의 등원길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부스스한 얼굴로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자꾸만 샛길로 빠지는 세살짜리 아들을 어르고

달래며 헤쳐나가는 아침의 그 길이.. 이렇게나 눈부시고 행복할 줄이야.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딸아이의 소소한 이야기에도

이제는 귀 기울이고 호응해줄 수 있었다.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딸아이와 깔깔거릴 수 있음에, 내 아이들을 위한 밥상을 내 손으로 직접

가꾸고 차릴 수 있음에 또 다시 감격스러웠다.


내 인생의 로또.. 6자리 숫자 가운데

단 하나도 맞지 않는 신랑과는 여전히 크고 작은 일로

다투고 풀기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 또한 감사하다.

우리가 사랑했던 20, 30대가 설레고 빛나는 추억이었다면,

부부로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은 어른으로의 성장과 인생을 완성하는 기쁨이 되리라.


수술날짜에 다시 태어났다 생각하며,

내 삶에 무수한 변화와 계획을 세워보았지만..

사실, 내 생활은 아프기 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최소한의 식단과 운동, 다소간의 마음가짐이 바뀌었을 뿐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면 재빨리 감사한 일을 떠올리는 자기최면과

불평하는 사람을 피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물러나는 자기방어로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지만..


40년 넘게 만들어온 태도와 잘못된 습관은 생각보다 굳건했으며,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지켜야 할 자리 또한 변함없이 내 것이었다.


여전히 나는, 나를 위한 식사 한끼를 챙겨먹는 것도,

오롯이 나를 위한 여가와 휴식을 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곳곳에는 행복이 있다.

아침에 무탈하게 눈을 뜨고 저녁에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음에,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신랑과 싸우고 화해하며 다시금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음에..

조금 불편하고 피곤하더라도, 그보다 많이 즐겁고 행복하기에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살아 숨쉬고 가슴 뛰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