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융합....?
[라라 플레이스에서 깊어가는 밤]
놀랍게도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친구들은 공항에서, 또 네팔 카트만두의 숙소에서 얼굴을 처음 보았다. 다행히 눈코 입들은 멀쩡히 제 위치에 들 있군?이라는 안도와 함께 낯가림이 심한 자본주의형 외향형 인간인 나는 이런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_회사에서나 취미생활이나 사람들 북적이는 중앙에 위치하면서도 늘 마음속으로는 '제발 나한테 말 걸지 말아 줘' 라던지, '언제 끝나지?'라고 늘 되뇌곤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방 안에 불도 켜지 않고, 침대에 누워 내 몸 가득히 묻어온 소음과 복작거림을 털어내곤 했다._
어색한 첫인사를 건넨 후 시작된 이 여행이 이곳 라라 플레이스에서 마지막 인사를 고하고 있다. 라라 플레이스는 현지 가이드인 프라카스의 친구가 운영하는 현지의 펜션 같은 건물이다. 펜션이면 펜션이지 펜션 같은 건물은 뭐냐?라고 묻는다면 사실 펜션인지, 별장인지, 아니면 식당인 것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이곳은 사륜구동 자동차도 힘들게 올라와야 하는 카트만두 외곽이면서도 숙박, 식사가 가능한 곳이다. 또 아직 1층과 2층이 완성되었긴 하지만 3층은 철근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아직 공사 중인 곳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었다면 절대 이곳에 묵지 않았겠지만, 네팔에 도착해서 워낙에 많은 위험에 놓여있어서 이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다음 날 아침 식당에 퍼지는 가스 냄새 때문에 호들갑을 떨며 대피하긴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늦은 밤, 라라 플레이스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묵은 때를 벗겨내는 일이었다. 며칠 동안 물티슈로 대충 눈곱만 슥슥 닦아냈던 터라 레게머리를 한 것 마냥 머리는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얼굴과 온몸에 기름칠을 하듯, 막에 둘러 쌓인 듯 이물감이 느껴졌다.
뜨거운 물을 콸콸 틀어 놓고, 마음껏 물을 맞았다.
두 번, 세 번 샴푸질을 했지만 머릿기름은 완벽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랜만에 뜨거운_사실은 미지근한 하지만 네팔에 도착해서 가장 뜨거운_ 물을 오랫동안 맞았다. 집에서는 살이 익어버릴 정도로 뜨거운 물로 씻어야 아 씻어구나! 싶었는데, 미적지근하게 데워진 물을 맞으며 묘한 만족감을 맛볼 수 있었다. 익숙했던 일이 낯설게 또 새삼스레 즐거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충 외모 정비를 마친 후 우리는 식당에 모여 축배를 들었다. 라라 플레이스 사장님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음식을 내어주며 환대해 주었고, 우리의 손엔 네팔 맥주가 들려있었다. 자정이 넘어도 새벽 여명이 밝아와도 시끄럽다고 신고를 할 사람들이 이곳엔 없었다. 왜냐고?! 이곳은 사륜구동도 못 올라오는 그런 곳이라고!
함께 commodores의 곡을 들었고, 마카레나를 따라 추었다. 실은 마카레나를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유명한 곡인지, 또 시그니처 댄스가 있는지는 몰랐었다. ‘이게 바로 세대차이 아니야?!’ 라며 나이 차 나는 오빠들을 놀리긴 했지만 어느새 “Ehhhh, Macarena”라는 가사가 들리면 손을 어깨로 자연스레 손을 올리게 되었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과 익숙한, 또 익숙한 사람들과 낯선 하루가
시작됐고, 막을 내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