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는 고산병도 낫게 한다?!
[고산병이란 무엇인가]
고산병 = 낮은 지대에서 고도가 높은, 해발 약 2~3000m 이상의 고지대로 이동했을 때 산소가 희박해지며 나타나는 신체의 반응. 흔한 증상으로는 두통, 식욕저하, 구역(메슥거림), 권태감, 위약감, 수명장애 등이 있다.
해발 3,550m의 하이캠프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 중 그 누구도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었다.
저번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고산병으로 크게 앓았다며 타이레놀을 잔뜩 가져와 겁을 주던 그 역시 아무런 증상을 겪지 않았다.
역시 괜히 산 다니고 운동하는 거 안지, 우리 정도 체력이면 고산병 따위? 가 있을 리가 없지!!
이번 트레킹의 마지막 베이스캠프인 하이캠프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눈에 젖은 등산화, 옷가지들을 말렸다. 마지막이란 생각에 난로의 장작이 다 떨어져도, 뜨거운 물이 담긴 물통을 품에 안고 헤드랜턴들을 꺼내 평소보다 조금 더 늦게까지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선 ‘겨울 멋쟁이 얼어 죽는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추위를 몰랐었는데, 일반 사람보다 추위에 약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이불을 한채 더 받아 나무 침대 위로 올랐다._베이스캠프의 숙박? 시설은 이렇다. 인테리어라고 할 것은 없고, 사각형 방 안에 창문이 있고, 시멘트인지 돌인지가 그대로 있곤 하다. 방이라기보다는 동굴?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안에 무릎보다 높은 나무로 된 침상이 있다. 보통은 이불을 한 채씩 받게 되고, 본인이 밑에서 가져온 침낭 안에서 잠을 잔다. 이불을 깔던지 덮던지는 선택. 첫째 날 베이스캠프에서 패딩까지 입고 침낭에 들어갔지만, 추워 잠을 자지 못했기에 나는 침낭 안에서 이불 두 채를 덮고 잠을 자기로 했었다._
잠이 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 번쩍 눈이 떠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표현하자면 혹시 화병이라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면 그 느낌이 가장 비슷할 것이다. 몸속이 솜 따위로 가득 차 갑갑한 느낌과 토할 것 같다. 분명 몸은 추위에 떨고 있는데 머리 위로는 열이 오르는 듯 정신이 없고 띵-한 기분. 아? 화병을 모르신다면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하고, 끼익-하고 멈춰 섰을 때의 느낌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어찌 됐건 갑작스레 찾아와 단잠을 방해하는 숨참에도 같이 잠에 든 친구들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 굼벵이처럼 꿈틀대며 위의 이불을 걷어냈다. _무거운 이불을 두 채나 덮고 있어, 숨이 안 쉬어진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었다._ 조용히 후-하 후-하 하며 라마즈 호흡을 따라도 해보고, 큰 호흡을 해 보기도 했지만 도루묵. 혼자 한참을 출산을 앞둔 산모의 심정을 경험하고 있을 때 정적 속에서 “다 깨어있지…?”라는 구원의 목소리.
평소보다 높은 곳에서_다시 트레킹을 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평생에 가장 높은 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 거였지._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침대에 누운 우리에게 찾아온 다른 의미의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동료가 생기니 마음이 좀 더 편해졌다. 역시 고통과 슬픔은 여러 개로 쪼개면 견디기 수월하다. 매서운 바람을 막기 위해 꽁꽁 닫아 둔 창문을 조금, 아주 조금 열었다. 밖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와 산소가 부족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리고 트레킹 내내 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너의 삶을 느껴보았다. 그리고 내가 만나고 있는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너의 구남자 친구들 이야기까지 실컷 떠들고 욕해주었다._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 아닌가요?ㅎㅎ_
조용히 킥킥거리고 있자니 옆 방에서 “언제까지 떠들 거야?”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처럼 갑작스러운 손님의 방문에 깨어난 친구들의 증상이 완화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