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에 쓸쓸함에 가라앉아
[포카라에서]
포카라는 네팔 제2의 도시이자, 여행자들의 도시이다. 그리고 또 앞서 말한 것처럼 히말라야 트레킹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시작’이라는 말은 가슴을 설레게도 하고, 내 옆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되었던 용기, 도전 같은 단어들을 근처로 불러주기도 한다. _이런 말을 하면 분명 역정을 낼 ‘나보다 어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30대를 바라보는 나에게 용기나 도전이라는 그다지 어울리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안정, 보통 이런 말들을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을 뿐이다._
그렇다. 이곳은 모든 것이 시작되는 도시이다. 회색의 콘크리트와 깨끗하게 닦인 유리로 세련된 서울의 건물들은 상상도 못 할 알록달록한 옷을 빼입은 건물들은 서울로 막 상경한 시골 촌부처럼 수줍다. 거리마다 설렘에 달뜬 여행자들의 발그스레한 두 뺨이, 그들의 기대만큼 두툼하게 가득 찬 배낭도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트레킹이 끝난 후, 다시 돌아 온 포카라엔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았다. 오래 준비한 이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달한 것을 자축할 수도, 저 설렘들 사이에서 한 마디 거들 수도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다음번에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어떠한 것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사시사철 얼어붙어 있던 히말라야 설산이 어떤 따스함에 마음을 빼앗겨 제 몸을 다 녹여냈는지 모를 저 페와 호수에 풍-덩 가라 앉겠다.
또 행복에 겨운 재잘거림들은 빠짐없이 등 뒤로 지나 보내고 저 새파란 고요 속에 가만히 안기겠다.
여행자들을 다 떠나보내고 남아 있을 쓸쓸할 이 도시에 남아있는 마지막 사람이 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