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진짜 힘, 무한
우리의 뇌는 현실과 상상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요. 무언가를 상상할 때와 그 일을 실제 할 때, 뇌의 유사한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하버드대학 Stephen M. Kosslyn 교수는 상상할 때와 직접 눈으로 볼 때의 뇌 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상상을 하면 뇌의 관련 부위를 자극해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에 영향을 주고, 실제 뇌파, 혈압, 체온, 근육 등 인체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상상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출혈을 멈출 수 있고, 유전자를 바꿀 수도 있고, 면역체계를 강화하거나, 불치병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의학자들의 연구 발표들이 있어요.
나와는 관계없는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위 내용들이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상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이미지 트레이닝'이라 하여 상상훈련을 함께 해요. 우리의 뇌가 상상과 현실을 구분 짓지 못한다는 점을 활용하여 자신이 펼칠 기술을 생생하게 상상함으로써 실제 경기에서도 자연스럽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중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심신을 단련할 수 있어요. 실제 사례를 들려드릴게요. 군대에 있을 때 일인데, 유격훈련 코스 중 하나인 외줄 다리 건너기 코스를 수행하던 중이었어요. 열명 중 서너 명은 균형을 잃고 매달려 떨어지거나 힘 좋은 사람은 두 팔에 의존해 매달려서 돌파했습니다. 나머지 사람은 줄의 위쪽에서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나아갔어요. 저는 대기하던 중, 그때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실미도>속 제 모습을 한 군인과, 영화<캐리비안의 해적> BGM이 깔리며 외줄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빠른 속도로 멋지게 돌파하는 제 모습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 후, 제 차례가 왔습니다. 긴장되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죠. 하지만 마음속에선 아까 그 BGM이 울려 퍼지고 그 음악 박자에 몸을 맡겼더니 이내 몸을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죠. 다른 전우들과는 달리 엄청난 스피드와 함께 균형을 잡으며 멋지게 앞으로 치고 나갔습니다. 매달리거나 떨어지는 건 전혀 있을 수 없는 동작이었어요. 주위 병사들의 이목을 한눈에 받았고, 이게 뭐라고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 모든 게 상상훈련, 즉 이미지 트레이닝 덕분이었어요.
사실 무슨 중요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별일 아닐 수 있지만 이런 일 외에도 누구나 상상으로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있어요. 레몬을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고, 긴장된 상황을 상상하면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이 모두 뇌가 실제 경험인 것처럼 반응하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우리 생활에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마법 같은 상상 스킬, 이래도 안 쓸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