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손을 앞으로 뻗었을 때 그 어두운 공간 속, 손 끝으로부터 전해지는 공기의 흐름과 나뉜 듯 나뉘지 않은 까만 실루엣의 까만 손. 감각의 흐름을 따라 어깨로, 코 끝과 숨결을 타고 눈으로 가서 사근사근히 검은 몸을 느껴봐요. 곧이어 어둠에서 어두운 시야가 트이고, 나만의 상상 속 공간에 그려지는 냄새와 크고 작은 소리들, 흐릿하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감각의 그림들이 그려집니다.-
이제 상상하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아니, '아무거나 상상하기'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우리 뇌는 상상 속으로 들어가면 쉼 없이 생각하고 생각과 동시에 그려냅니다. 즉, 상상하고자 하는 방향과 주제를 정할 틈도 없이 마음대로 상상해버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 속 자아와 마주하기 전, 일상생활 중, 출퇴근길, 걷다가, 잠들기 전에 시도 때도 없이 이뤄지는 상상을 내가 통제하기 위해 '상상하는 목적과 이유'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