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소설_부러진 새

#3

by 현자

엄마가 떠나고 난 뒤 아빠는 헌 창호지를 뜯어내고 새 창호지를 발랐다.


새로 바른 창호지에 햇살을 들어와 흰빛이 부서져 내린다.


멀리서 까치 짖는 소리가 난다.

그렇게 새는 여름이 완전히 지나갔음을 알린다.


'까치가 우는 걸 보니 오늘 반가운 손님이 오겠구나' 말하며 돌아서는 아빠의 얼굴에는 어떠한 미안함이나 비애의 기색 따윈 없다.


반가운 손님은 누굴 뜻했던 것일까, 옅은 미소를 띤 입꼬리가 얄밉기 짝이 없을 지경이다.



아빠는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두껍게 쌓아 올려진 원고지와 고급 황동 재떨이가 있었다.

알 수 없는 글씨가 쓰인 재떨이를 앞에 두고 아빠는 하루 몇 시간이고 앉아서 글을 썼다.

연신 피워대는 담배 때문에 10평 남짓한 반지하 셋방은 곰팡이 섞인 냄새와 매캐한 담배연기로 가득 찼다.


그 해, 할머니가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나서야 아빠는 담배를 끊었다.


할머니가 병원에서 암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 날, 아빠는 거울 앞에 서서 묵묵히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쇳소리 같은 한숨을 몰아쉬며 더듬더듬 반복해 말한다.

-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제가 잘 못했습니다. 못 난 제 탓입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미안합니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저를 데려가 주세요.


그의 알 수 없는 독백은 계속되었다.


이내 고요한 적막이 찾아오고 돛이 바람을 타고 오는 듯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

어린 정희가 문 녘에 서서 원망 섞인 얼굴로 아빠를 바라본다.


이 애달픈 바람을 등지고 엄마가 걸어 들어오길.


유독 길었던 밤, 어둠이 어둠 위를 짙게 늘어트려 그들의 지붕 위에 내려앉는다.


아빠의 책상 옆에는 무릎 아래 정도 오는 작은 나무 서랍장이 있었는데 허술한 자물쇠가 무색할 만큼 아무도 열지 못했다.

어느 날, 어린 정희가 몰래 열어본 그 서랍장 안에는 구겨진 원고지 세장과 오른쪽 한편에 겹겹이 쌓아 올려진 원고들로 가득했다. 아빠가 쓴 글이었다.


일 년 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모든 원고를 불태웠다.


그리고 책상에 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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