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소설_부러진 새

#5

by 현자


정희의 집으로 고모가 찾아왔다.

할머니의 장례식장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다.

고모는 엄마의 행방에 대해서 묻지 않았고 아빠의 장례는 2일장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문학회에서 온 화환 꼭대기에 흰 꽃이 달려있다.

외연히 솟은 듯한 커다랗고 우아한 꽃을 보며 정희는 자신이 처음으로 처량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모는 누군가와 한참 통화를 끝으로 정희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 정희야. 우리가 걸어온 길이다. 눈 좀 붙여라. 멀다.''

알 수 없는 말과 짧게 끊어지는 차가운 말투에 아빠가 생각났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 바닷물이 빠지고 갈라진 물길 끝으로 빨간 등대가 보인다.

밀물과 썰물이 공존하여 바다의 허락이 필요한 곳.

바다 위의 절, 서월암이었다.


고모 : 여기서부턴 걸어가야 해. 짐 챙기자.

정희 : 네.

고모 : 가자. 정희야.

고모가 정희의 손을 잡고 뜨거운 온기를 나눠준다. 어떠한 위로 같았다.

몇 발짝 떼던 고모가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해 주저앉는다.

고모 : 네가 왜.. 네가... 네가..... 어쩌다...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

다시는 오면 안 될, 여기를! 네가 왜!


고모가 울부짖는다.


오빠를 잃은 여동생의 눈물 끝에 한 떨기 꽃이 떨어진다.

추운 겨울이 된 오후, 세상 모든 기쁨과 슬픔을 덮어버릴 듯 점점 더 세차게 흰 꽃잎들이 머리 위로 휘날린다.

아이고아이고, 한 여인의 울부짖음은 사람을 찢어 놓는 통곡 같았다.

살갗이 애리는 차가운 바람이 정희를 파고들고 그제야 아빠의 죽음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먼바다의 수평선에서 번득거리는 노을.

어린 정희에 뺨 위에 내려앉은 욱신거리는 울긋불긋한 노을.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포개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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