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플래너 #고등학교생기부
#스터디플래너
나는 책상에 앉아 교과서, 참고서를 펼쳐 필기하는 것보다는
깨끗한 스터디플래너를 나만의 방식으로 채우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일이 더욱 좋은 학생이었다.
"계획할 시간에 공부를 하면 성적이 더 올라가겠다!"라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들어왔다.
형형색색의 펜으로 목표를 기록하고, 하루의 계획을 칸칸이 메워나가는 순간이 얼마나 뿌듯했는지...
어쩌면 나의 기록하는 습관은 순전히 '학습'이라는 지루한 학생의 의무를 잊기 위한 취미였을지도 모른다.
플래너에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끼적이며 머릿속을 비워내는 시간이
공부에 대한 중압감으로부터의 도피이자 나만의 세계에서 노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유아교육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계획보다는 성적이 중요했다.
공부가 죽도록 하기 싫은 순간이 찾아올 때 나를 일으켜준 것은 새로운 학용품을 장만하는 것이었다.
반짝이는 형광펜, 다양한 색깔의 잉크펜... 지금보다는 종류가 많진 않았지만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면,
사라져버렸던 의욕이 다시 솟아나곤 했다.
새 노트의 첫 장에 필기를 하는 것, 스터디플래너에 신기한 색의 형광펜으로 줄을 긋는 것 모두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내가 발견한 아주 작고 기쁜 행복이었다.
# 고등학교생기부
오랜만에 열어본 생활기록부. 진로희망란을 살펴보니 ‘유치원원장’, ‘유치원 교사’가 적혀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엄청난 로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어린 상상 속 선생님은 항상 예쁜 정장형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리본을 해야했으며 아이들을 다정하고 아름답게 돌보는 모습이었다.
내가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하루를 동화처럼 보낼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다.
진로를 굳건히 마음먹은 후에는 대학교 수시 전형을 위해 꽤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직접 유치원 견학도 하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그때도 분명 선생님들이 무척 힘들어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순수하고 철 없는 시야에는 '그래도 내 적성에 잘 맞을거야!'하는 확신만이 가득했다.
다만, 그때의 내가 미처 몰랐다는 것은 '봉사'라는 것은 유치원 교사의 일과 중 단 1/10도 안되는
아주 일부분이라는 것, 그리고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생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해야할 일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점이었다.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은 물론이고, 서류작업, 학부모상담, 놀이계획, 환경구성, 교재 연구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대학교 졸업 후에나 알게된 이야기...
그래도 난 3년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아 원하는 대학의 유아교육과를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