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록_습관처럼 글쓰기 2일 차
2025.07.20.
빈둥거리기가 지겨울 때는 책을 읽는다. 7월만 보면 빈둥거리기 7 대 독서 3 비중..이긴 하지만!
이번 달에 읽은 책들이 다 좋았어서 찍어둔 사진과 함께 특정 문장이 내게 와닿은 이유를 기록하려 한다.
책 소개도 간단히 덧붙일 거라 책 찾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인턴 떨어지고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했던 '개소리', 알 듯 말 듯한 면접관들의 반응이 떠오를 때마다 괴로웠다. 면접은 보기 직전까지 사람의 기대를 한껏 높이고, 몹시 간절하게 만들며, 그 자리에 맞는 인재로 보이려고 노력한 나머지 진짜 내가 잘난 사람인 냥 착각하게 한다. 그래서 싫다. 면접이 끝나고 나면 내가 얼마나 보잘 것 없이 대답했는지, 실제로 나는 얼마나 무지한 사람인지 깨닫게 된다. 떨어지면 느끼게 될 초라함은 배가 된다.
<쇼코의 미소>는 최은영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다. 수록되어 있는 모든 글에 은은한 우울이 내재해 있다. 내 우울과 닮아있는, 끝이 있는 우울이. "그런 불확실함에 두 발을 내딛고 있는 주제에, 그런 사람인 주제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이 문장이 아이러니하게도 위로가 됐다.
나는 그 문장이 이렇게 읽혔다.
지금 내가 불확실 속에 있으면 어때. 지구 자체가 불확실 덩어리인데. 미래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난 아무것도 아닌 존재니까. 그러니까 그냥 살아봐.
덤덤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엔딩이었다. 정확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보잘 것 없는, 우울한, 신경질적인... 남이라면 사랑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 곁에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던 사람이 사라지면 이런 기분일까.
나도 언젠가는 혼자가 될까.
<한지와 영주> 일부. 이번에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말을 타인의 목소리로 읽었다. 화자는 그 속에서 '두려움'을 봤다.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내가 진저리 나게 공감된 문장이다. 아마 사회로부터 끊임없는 성장을 요구받는 비성장지향적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가끔은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덜 열심히 살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럴 일이 없어서 나도 마지못해 동조할 뿐이지만, 성장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화자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머물기. 변모하지 않기. 나라면 못했을 선택이라서 그렇다.
<미카엘라>라는 단편에서 내가 원치 않는 사회 풍조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나온다. "무엇이 잘못인지 안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그녀는 그녀의 이십대를 통해 깨쳤다." / "그녀는 이런 세상과 맞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승패가 뻔한 링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세상이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고, 자신을 소외시키고 변형시켜서라도 맞춰 살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부딪쳐 싸우기보다는 편입되고 싶었다. 세상으로부터 초대받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부조리하다. 고용 불안정, 급변하는 사회 속 청년들이 어떻게든 돋보이려 애써야 하는 현실이. 이미 대단한 사람들도 '여태 한 것도 없는데'라는 말을 달고 산다. 이게 맞나? 열심히 살고 있었잖아.. 그런데 나도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세상 앞에 저항할 힘이 없다. 그래봤자 바뀌지 않을 테니까. 세상으로부터 초대받아 내 밥벌이 하는 게 우선이다. 망할.
"삶을 견디는 사람이 아니라 삶을 기꺼이 누리는 사람"
나는 삶을 견디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아서 슬펐다. 우리 엄마도 내가 삶을 기꺼이 누리는 사람이 되길 바랄 텐데. 나도 한때는, 아니 지금도 누군가의 '아가'일 텐데. 그 누군가를 생각해서라도 덜 우중충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단편소설집을 읽은 후에 읽은 장편, <옐로 페이스>. 역사 속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는 누가 가지는가? 온라인에서 개인은 어떤 식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매장당하는가? 인종차별은 '소수자'만이 당하는 것인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지는 작품이다. 전개도 빠르고 흥미로운 주제라 재미있게 읽었다.
위 문장은 묘사가 좋아서 찍어두었다. 빛나는 사람과 그 주위를 맴도는 사람을 이렇게도 묘사할 수 있구나 싶어서.
종소리는 내가 거의 처음?으로 도파민을 얻으며 읽고 있는 장편 소설이다. <수확자> 시리즈 마지막 편인데 두껍지만 술술 읽힌다. 다양한 세계가 나와서 복잡하긴 하지만 하나 둘씩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라 읽는 보람이 있다. 짜임새, 전개 방식, 다면적인 인물과 더불어 종종 드러나는 유머스러운 글쓰기 스타일이 이 작품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278쪽 문장은 고결하고 모범이 되어야 할 수확자가 변질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상징으로써 잘 보여준다. 신질서라는 명목으로 사치스러워진 자에게서 위엄은 더이상 찾을 수 없다.
당분간은 <종소리>를 완독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 작년부터 병렬 독서로 뜨문뜨문 읽던 <수확자> 시리즈를 드디어 다 읽을 생각을 하니 너무나도 즐겁다. 얼른 결말을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