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과 거리가 있는 삶

일상 기록_습관처럼 글쓰기 4일 차

by 정현아
2025.07.23.

모두가 생산성을 좇는데 나는 여유를 즐기며 살아야지! 이게 아니고 그냥 타고난 것 같다. 게으름, 안일함, 낮은 에너지가. 그래서 아직까지 내 삶에는 빈 시간이 많다. 빈 시간에는 주로 유튜브를 본다. 비생산적인 활동의 끝판왕. 빈둥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나는 너무 많이 가지는 것 같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해도 거부감과 피로가 몰려온다.


1)

이럴 시간에 돈을 벌면 얼마는 모이지 않을까? > 당근, 과외, 돌봄 알바 등등을 알아보고 지원 or 이거 하면 난 앞으로 어디서 생활해야 하지? / 집에 자주 못 가겠다 그런 싫은데.. (본가는 경남에 있고 서울에서 기숙사 생활 중이다) > 안 구해짐 or 아예 지원도 안 함 => 이 짓을 꼭 해야 해? 에라 모르겠다 > 다시 유튜브 시청 > 반복


2)

나.. 이제는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 채용 공고를 확인한다 > 우대 사항을 본다 > 내가 못 갖춘 조건들이네. 포기 or 한탄과 애증 속에서 자소서를 쓴다 >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음 > 다시 유튜브 시청 > 반복


3)

사람을 만나자! > 고향에도, 서울에도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관계망이 매우 좁은데 그렇다고 깊지도 않다.. 이건 노력으로 안 돼서 체념한 부분) / 막상 약속을 잡아도 그렇게 즐겁지 않다 > 집 최고 침대 최고 어딜 나가 피곤하게 > 다시 유튜브 시청 > 유튜브도 질려서 할 거 없다 > 반복





반복 중에 각성하는 순간도 있다. 위 사진은 내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쓴 월간 다짐+계획이다. 열어보면 제법 실행으로 옮긴 계획이 많다.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은 아닐지도?! 에너지는 낮을지 모르지만) 내 고민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건데도 지난 학기는 혼자서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려고 궁리하다 보니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히려 좋아 뜨개질이나 하자)


7월은 안 썼다. 최탈의 쓴맛을 맛보고 2주 동안 본가에서 쉬기만 하니까 무기력하고 비생산적인 삶에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뉴스레터 읽기도 면접본 이후로 이제 안 한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당장 내가 뭘 읽은 건지 모르겠어도 언젠간 도움이 되겠죠..? 다음주면 7월도 끝나니까 8월부터는 월간 다짐+계획을 재개해야지.


(쇼츠 일절 안 보기는 처음부터 못 지키긴 했는데 <절대 슉슉 내리면서 보지 않으며 내 취향의 유튜버가 올리는 쇼츠는 하나씩 보기> 정도로 합의 봤다. 근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화제성 쇼츠를 좀 더 보게 된 듯..)


내가 정의하는 생산성은 비생산성의 반의어로서만 의미가 있다. 필요 이상의 수면 시간,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자기 전에 휴대폰 보는 시간이 비생산적이라면, 그 외에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활동들은 다 생산적이라고 본다. 과제, 팀 프로젝트, 모임, 일, 아르바이트, 독서, 운동, 뜨개질 등등. 그러니까 꼭 무언가 만들어지거나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아니어도 된다. 그런데도 내가 생산성이라는 단어 앞에 피로를 느끼는 까닭은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사회 속에 살고 있어서, 주변에 생산성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 정도의 생산성만으로는 도태될 것 같아서다.


요즘 입 밖으로 자주 내뱉는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덜 열심히 살면 좋겠다." 이것도 이기적인 생각인 게, 나처럼 생산적인 일에 쓸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비움이 중요한 사람도 있지만, 비움으로써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건강하지 않을 정도로 한쪽에 치우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위의 말을 이렇게 수정해야겠다.


"세상 사람들이 생산성과 비생산성 사이에서 자기만의 안정을 잘 찾아가면 좋겠다."


그 여정이 모쪼록 무탈하고 지혜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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